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봄...참, 솔직한 계절입니다.

-검은배- 2010. 3. 19. 09:40

 

 

 

친구 어머님의 부음을 받았습니다.

 

봄답지 않게 하얀 눈이 묵직하게 쌓인 날 저녁, 조문을 다녀오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들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사경을 넘나드시는 즈음이라서 소회가 남다름이기도 하겠지요.

 

봄은 참 솔직한 계절이란 생각입니다. 생명과 죽음을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니 말입니다.
죽은듯, 앙상하게만 보이던 가지에서 잎과 꽃으로 생명이 터져 나오고
삭막하던 땅을 뚫고 연한 잎들이 올라옵니다. 여린 것들의 움직임이 참으로 당당한 생명을 보여줍니다.

아직 잔설로 희끗희끗한 마당가의 매화 꽃망울이 곧 터질 것처럼 연초록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낮으막히 탄성이 나왔습니다. 그래요. 오는 봄을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같은 한 그루의 나무에서도 새싹이 올라오지 않는 가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비로소 잎을 떨어뜨리고 서 있던 나무가 봄이 되어서야 그 겨울동안 썩거나 죽어버린 가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픈 곳이 여기였다고... 최선을 다했지만 어려웠다고... 그렇게 고백하는 계절입니다.

정말 다행이다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죽음이 생명이어서 말입니다.
죽음은 끝이라고 말하는 자연에게 
아니라고, 그것은 다시 살아남이라 말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사순 여정이 절정을 향해 속력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부활하실 것임을 미리 알고 있지만 그 당시 제자들에게 죽음, 소멸을 향해 걷고 계신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가늠해보는 시간입니다.

죽음 너머에 있는 생명을 짚어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에 찬 움직임이 나와 우리에게
더 힘이 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벗들 모두... 지금 여기서 평안하시기를...

 

                 Let it be me - 등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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