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슬픔과 고뇌 -영성

유종원(柳宗元, 773~819),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

-검은배- 2014. 3. 24. 08:40

유종원(柳宗元, 773~819),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

곽탁타는 처음에 무슨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곱사병을 앓아 길을 걸어 다닐 때면 등이 위로 솟고 얼굴은 땅바닥을 향해 걸어 다니는 모습이 흡사 낙타와 같이 보여서 마을 사람들은 그를 ‘낙타’라고 불렀다. 탁타는 이런 명칭을 듣고는 “이렇게 불리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합당하면서 좋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의 본래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낙타’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곽탁타의 고향은 풍락향이라는 지방으로 당나라 수도인 장안의 서쪽이었다. 나무 심는 것이 직업이었는데 그 당시 장안에 살고 있던 권세가들이나 부자들은 꽃나무를 감상하기 위해서였지만 과일을 파는 사람들까지도 모두가 서로 다투어서 탁타를 집에 맞아들이어 살게 하도록 하였다. 곽씨가 심어 기르는 나무는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나무까지도 살지 않는 것이 없었으며 뿐만 아니라 자라기도 무성하게 잘 자랐으며 과일도 일찍 많이 맺었다. 다른 나무 심는 사람들은 비록 옆에서 들어다 보고 곽씨가 심는 대로 모방해서 심었지만 아무도 곽씨처럼 그렇게 잘 심지는 못하였다.

곽씨에게 나무를 잘 심는 이유를 물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대답하기를

“나는 나무를 오래도록 잘 살게 하거나 나무를 빨리 자라게 하는 아무런 특수한 방법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다만 나무의 천성에 따라 나무로 하여금 제 마음 대로 마음껏 자라게 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우리가 심는 나무의 천성이란 뿌리는 제 마음 대로 뻗어나가기를 좋아하며, 또 그 뿌리를 북돋아 줄 때는 너무 높지도 말고 낮지도 않도록 지면과 평평하게 할 것이며, 또 토질은 본래 심어져 있던 흙과 같은 것이 많아야 하며, 그 뿌리를 다지어 줄 때는 꼭꼭 밟아서 흙이 밀착되어 지기를 좋아하는 것이며, 또 이미 이렇게 해서 다 심은 다음에는 다시는 절대로 그 나무를 움직이게 하지 말고 또 그 나무가 어떻게 잘못될까 걱정도 하지 말 것이며, 그 나무 곁을 떠나거든 다시 돌아서서 가보지 말되 나무를 심을 때는 마치 친자식을 돌보듯 하여야 하지만 심고 나서는 마치 버려둔 것처럼 내버려두면 그 나무는 천성을 온전하게 보전하여 자기 성질대로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다만 그 나무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지 결코 다른 무슨 기묘한 방법이 있어 가지고 나무로 하여금 무성하게 잘 자라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그 나무가 열매를 맺게 될 때 그것을 짓밟고 눌러서 상처를 내게 하지 않을 뿐이지 그 열매를 일찍 열게 하거나 또는 많이 열게 하는 아무런 방법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나무 심는 사람들은 이처럼 하지 않고 있으니 나무뿌리를 주먹을 쥔 것처럼 꾸불꾸불 꼬부려 부치고 본래 뿌리에 붙어 있던 흙을 떼어버리고 다른 새 흙으로 묻으며 또 뿌리를 북돋아 줌에 있어서도 너무 흙을 지나치게 긁어모아 북돋아 주지 않으면 반대로 너무 모자라게 하곤 합니다.

이처럼 어떤 사람들은 너무 거칠게 나무를 심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너무 지나치게 주도하여 나무를 심어놓고는 내버려두지 않고 아침에 가보고는 저녁에 가서 만져보고 돌아서 오다가는 다시 가서 보기도 하며 심지어는 나무껍질을 손톱으로 긁어 파헤치면서 그 나무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를 확인하고 또 나무의 뿌리를 마구 흔들어서 흙이 잘 다져져 있는가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까지 함으로 결국은 나무 자신은 하루하루 그의 천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까지 합니다.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은 나무를 해치는 격이 되는 것이며 또 나무를 걱정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 나무에게는 원수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들이 결국 나를 따르지 못하는 것이지 내가 무슨 다른 특수한 묘법을 갖고 있는 것이겠습니까? 아무런 묘법도 없습니다.”

탁타에게 나무 심는 법을 물은 사람이 말하기를

“당신의 나무 심는 방법을 가지고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에 응용하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하니 탁타는 말하기를

“나는 다만 나무를 심을 줄만 알 뿐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는 나의 업무가 아닙니다. 그래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시골에서 보면 벼슬을 해서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법령을 선포하기를 좋아하는데 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백성들을 아끼고 돌보고 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오히려 백성들을 괴롭히고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 되고 맙니다. 또 아침저녁으로 관리 지도자들이 마을에 와서 백성들을 불러 놓고 말하기를 ‘상부의 명령이다’하여 네 밭을 갈라고 재촉하는가 하면 또 심기를 힘쓰라고 장려하며 또 거두어들이기를 독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빨리 실을 자아라, 빨리 옷감을 짜라, 어린아이들을 잘 길러라, 닭도 치고 돼지도 길러라 하며 북을 쳐서 바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또 백성을 깨우치는 목탁을 두들겨서 명령을 전달하게 합니다. 이렇게 됨으로써 우리 소인들은 (아침, 저녁으로) 음식을 차려서 관리들을 위로하기에 눈코 뜰 겨를조차 얻기 어려우니 이러고서도 어찌 무엇으로써 나의 생활을 번성시킬 수 있으며 마음 놓고 한시라도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까? 이런 까닭으로 피로하고 괴로워 견딜 수 없어 하니 이러한 실정이라면 백성을 다스리는 관의 일도 내가 하고 있는 나무 심는 일과 같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탁타에게 물었던 자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내가 당초에 물은 것은 나무를 기르는 방법을 물었는데 사람을 기르고 다스리는 방법까지 알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잘된 일인가?”

이 사실을 후세에 전하여 벼슬을 한 관리들에게 백성을 다스리는 경계가 되게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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