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아들의 소포를 받고나서..

-검은배- 2010. 7. 17. 15:33

 

비 내리는 주말,
군에 간 나의 희망,
큰 아들 녀석에게서 소포가 왔다.
어제는 짧은 편지와 함께 설문지도 왔다.
아마도 동시에 보낸 것일텐데
편지와 택배의 배달 시스템 관계로
하루의 시차가 발생한 듯하다.
 
입영할 때 입었던 옷가지와 모자,
신발이 들어 있었다.
녀석을 보듯, 반가웠다.
제 어미는 이걸보면 아비완 다른 감흥일랑가?
 
한 주의 훈련을 마치면 오늘 녀석은,
달콤한 휴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30년 전..

나는 논산 훈련소에 있었다.

 

수용연대 마당에서 팬티까지 몽땅 탈의를 하고

보급품을 수령 했었다.

아직 교번도 부여 받지 못한 채,

장정 누구누구?  호명을 받으면

부랄을 덜렁거리며 달려 나가

국방부 속옷을 받았었다.

 

짖궂은 기간병 놈은 일부러 장정이 정위치도 하기 전에

하얀 속옷을 황산벌 황토마당에 던져 버렸고,

그걸 받아든 우리는 황토를 탈탈 털어가며

부끄럼을 가렸었지..ㅎㅎ

그러고 나선 진짜 군복을 던져 주었는데,

재수 없어 크거니 작거나 하면,

옷에다 몸을 맞추라 했었지...

장정들끼리 서로서로 사이즈를 바꿔가며

옷에다 몸을 맞추던 진풍경!

 

오늘, 아들아이에게서 온 소포박스를 보며

여러가지 상념에 잠겨 본다.

마침 오늘이 아버님 기일이고 보면,

녀석은 또 할아버지께도 선물을 하는 셈인데,

 

장마철,

더운 날씨에 몸성히 훈련을 마치고,

무사히 자대 배치를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광복절 무렵이면 자대배치를 받을 터이고,

그때면 볼 수 있는 녀석이건만,

오늘 녀석이 그리워 진다.

 

"쑥스러워 말은 안했지만,

아버지 제가, 아버지 많이 사랑하는 거 아시죠?"

녀석이 편지에 쓴 글을 다시 한 번 본다.

 

아빠에서 아버지로 호칭이 변해갔듯,

슬하에서 점 점 더 멀어져 가겠지...

 

부자유친(父子有親)

- "아비와 자식은 친함이 있어야 한다" 했느니...

 

 

          앞줄, 맨 오른쪽에 무릎 앉아 자세의 의젓하고 늠름한 저녀석이 강 호진 훈련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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