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개를 키우다 보면...

-검은배- 2011. 9. 8. 07:32

어제 저녁, 자잘구레한 잔무도 남아 있고

그냥 사무실에 좀 머물고 싶다는 생각에 사무실에 남아서

내일로 미루고 싶었던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쯤 지났을 때, 막내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 호민아, 왠일?"

"네, 아빠.. 어디계세요?" "응 아직 사무실인데..."

녀석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빠 그런데요. 누렁이가 검둥이 새끼를 한 마리 물어 죽였어요."

"응, 뭐라구 어떻게? 누렁이 끈 풀어졌어?"

"아니요...그게 아니라 검둥이 새끼가 누렁이네 집으로 갔었나봐요"

"알았어, 아빠가 집에 가서 검둥이네 이사 시켜 줄께!" '네, 일찍 오세요"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집에 진돗개 세 마리가 있었습니다.

숫놈 두 마리와 누런 암캐 한 마리...각각의 이름이 있었지만

통상 우린 초복이, 중복이, 말복이라고 불렀지요.

개를 무지 싫어하는 아내는 늘 개를 치우라고 성화가 대단했습니다.

개를 완전 좋아하는 전(키우는 것도 좋아하지만 먹는 건 더 좋아하니 완전 좋아하는 거 맞죠?)

차일 피일 미루다가 중복 무렵 가족 모임에 초복이에게 된장 바르는 걸로 아내의 원을 풀어 주었지요.

중복이는 친구가 잡숫겠다해서 팔았구요.

문제는 말복이(누렁이)인데, 시시각각 운명의 시간이 다가옴을 감지한 말복이가 그만 임신을 한 것입니다.

애비는 당근, 초복이 아니면 중복이였겠죠?

그 즈음, 발발이 검둥이도 거의 같은 시기에 몰래한 사랑의 결과로 임신을 했고,

1주일의 텀을 두고 그 둘은 출산을 했다 이말입니다.

문제는 동시에 엄마가 된 이 두 아이들이 새끼를 두고 대단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고

두 가족을 멀리 떼어 놓아야겠다 생각했지만...실행에 옮기는 데 슬로우 스타터인 저의 게으름으로

그예 사단이 났다..이말이지요.

 

랜턴을 들고 한 밤중에 검둥이네를 이사 시켜주면서,

갑자기 개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끼들 젖을 떼고 분양하고 나면 다 치울 생각을 합니다.

개를 키우다 보면 별별 일들이 다 발생하지만, 어제의 일은 참 가슴아픈 일입니다.

 

새벽에 개밥을 주러 갔을 때...녀석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를 반겼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산모인 말복이에게 벌로 한 끼 굶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소름끼치게 미웠지만,

야성의 유전자를 아직 간직한 늑대의 후예이니...이를 어쩌겠어요.

이 아침, 갑자기 개가 싫어졌다는...

 

 

2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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