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여섯 시가 조금 넘어 사무실을 나설즈음
석양에 노을 진 서쪽하늘에
여인의 속 눈썹처럼 예쁜 초사흘 달이
별과 같이 나왔어요.
초딩 6학년 때 배운
가람 이병기의 소위 "현대시조" 한 수를
떠올려 봅니다.
바람이 서늘도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마루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게요
잠자코 한참을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부지런한 며느리 일찌감치 시부모 저녁진지 공양하고
친정에미 그리워
눈물지며
장독대에 서서 잠시 잠깐 보았다는 그 초생달은
이내 지고 말았습니다.
또 하루를 살아내었습니다.
잘 참고 견디어 낸 거죠?
돌고 돌고 돌고/전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