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별별 이야기^^

비누에 대하여 - 복효근

-검은배- 2011. 9. 3. 05:39

비누에 대하여 - 복효근


온전히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가령, 비누를
한사코 미끄러져 달아나는 비누를
붙잡아 처바르고 안고 애무해보지만
사랑한 것은 비누가 아니라 비누의 거품일 뿐
비누의 심장에 다가가 본 적 있는가
비누에게 무슨 심장이냐고?
그렇다면 비누가 그런 것처럼
제 살 한 점 선선히 내어준 일 있었는가
누구의 더러운 냄새 속으로 녹아 들어가
한번이라도 뜨거운 심장을 증명해 본 일 있었던가
고작해야
때얼룩 허물을 벗어 안겨주면서도
눈앞에 있을 때
참으로 간절히 참으로 간절히
비누에게 있는 비누라는 이름을 불러준 적 있는가
닳아 없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불러보는 없는 이름


여보, 비누?
비누, 없어?

       
     
     고해 - 임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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