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연꽃과 정용택의 시와, 오늘 아침의, 몹시 우울한 생각들.......
몸이 가는 길이 있고 마음이 가는 길이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걸을수록 지치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멈출 때 지칩니다.
몸이 가는 길은 앞으로만 나 있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돌아가는 길도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젖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더 깨끗해집니다.
몸이 가는 길은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바람이 불면 사랑합니다.
오늘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섭니다.
몇해 전, 문의로 이사 와 살던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얼굴에 세상 힘들게 산 이력이 역력한...
입만 열면 어머니를 원망하는 그에게 성모님을 공경하는 천주교 교리를 가르치느라 무진 애를 먹었지만, 그 부부에게 권면하여 세례성사를 받게하고, 공동체의 일원을 만들었습니다. 아내는 문의에서 식당을 하였고, 그는 염티에서 개를 기르고, 조그마한 과수원을 하며, 열심히 부지런히.. 모처럼 사람사는 향내를 내었습니다.
재작년인가, 그들 부부가 이혼을 하였고, 그 이후 성당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얼마지 않아 그도 이사를 갔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잊었습니다.
그가 죽었습니다.
엇그제, 비가 몹시 내리던 밤에 남주동 상가 재개발 예정지에 있다는 그의 집에 원인 모를 의문의 불이 났고, 잠을 자던 그가 질식해 죽었답니다.
방송에선 치매를 앓는 그의 노모가 불을 질렀다 했고, 이웃들은 그가 방화하여 자살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국과수에서 부검 한 결과 잠자다 변을 당한 게 맞고, 화재 원인은 경찰과 소방서에서 수사중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그 날 딸네 집에 가 있었음이 입증 되었고, 사인이 규명되어 검사 지휘가 떨어져 오늘 새벽, 용암동 성당에서 장례미사와 고별식을 거치고, 한 줌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안 꼴이 콩가루인데, 여동생 하나가 대전에서 성당에 나가고, 그의 대모님이 이리저리 연락하던 차 어찌어찌 내게 연락이 왔고 내가 천주교 전례 절차를 밟아 장례실무를 다 해주게 되었던거지요.
문의 바닥에서 그와 절친한 술 친구가 있었습니다. 나와 그네들이 동갑나기여서 가끔 함께 어울리기도 했었습니다. 죽은 그와 둘은 중학교 동기동창이기도 했고...
그래서 기별을 하였습니다. 그 친구는 며칠째 낚시터에 있다고 했습니다.
"ㅇㅇ이가 죽었다."하자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나 하고는 별로 친하지 않았고, 문의 와서 알게 된 거여~~" 라고 그래서 빈소에도 못가겠노라고...
나는 오늘, 내가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을 잃었습니다. 하나는 충주 정수원에서 하늘나라로 보냈고, 또 한놈은 그가 지금 있다는 그 낚시터 저수지 물속에 떠밀어 버렸습니다.
왜냐면, 이놈은 내가 죽었다해도 안올 게 뻔한 놈이기에~~
|
'살며 사랑하며^^ > 기쁨과 희망 -日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보산 위에 저 소나무 (0) | 2007.07.17 |
---|---|
더위에, 쉼표 하나 (0) | 2007.07.15 |
길...흔들리는 바람 (0) | 2007.07.12 |
비 오는 날의 성찰 (0) | 2007.07.11 |
빗속에서 (0) | 2007.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