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노엘 신부님 송별미사에 다녀온 후에..

-검은배- 2006. 2. 6. 13:46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제이자, 영혼의 벗이며,
정신적 지주이신 신 성국(노엘)신부님의 송별미사가
영운동 성당에서 있었습니다.

아침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주님의 가르침과 복음적 권고에 따라 가난하고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과 늘 함께 하시며.. 옳은 일을 하시다가...
미국 캔사스시티로 3년간 교포 사목을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존경하는 김 인국(마르코)신부님께서 강론을 해 주셨고
노엘 신부님께선 나중에 인사 말씀만 해 주셨습니다.
"내 영혼을 아버지, 당신께 맏기 나이다."



지난 성탄절 다음날,
신부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요한씨? 나 하이닉스 앞에 천막 마련했습니다. 한 번 들리세요."



에구나 또 일을 벌이셨구나....



하이닉스& 매그나칩스의 비정규직 노동 형제들이 길거리로 나 앉은지
해를 넘기는게 안타까우셨고,
길거리에서 노숙투쟁하는 그들의 가정과 삶을,
생존이 걸린 외침을 외면ㅎ기 어려워 진작부터 준비하시던 걸
노사정협의회 결과를 지켜보고 하시자고 만류하였고,
대화가 결렬되자 바로 행동에 옮기신 것이었습니다.



저녁에 농성장을 방문했습니다.

체감온도 -20도를 내려가는 황량한 공장 앞 광장엔 노동자의 절절한 외침을 적은
현수막과 헝겊들이 만장처럼 삭풍에 나부끼고 있었고,
그 앞에 바람앞에 등불, 사상누각과도 같은 등산용 텐트가 쳐져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날 바닥에 그냥 설치한 걸,
노동자들이 신부님의 건강을 염려하여 밖에 비닐 가림막을 치고
바닥에 팔레트와 스티로폼을 깔아 드려 그나마 풍찬노숙의 고통을
덜어드리긴 했지만...



1년 넘게 고생하는 그들을 생각하면,
따스한 사제관 방에서 편히 주무시는 것이 죄스럽고,
사제관 보다 이게 편하시다며,
사람좋아 보이게 웃으시던 신부님...



그러나,
그분께 돌아 온 것은,
땅설고 물설은 미국이라는 이역만리로의 유배결정이었습니다.

하느님뜻으로 받아들이시고,
순명하여 "예"하신 신부님과 기약된 이별을 하고,

눈 덮힌 우암산 순환도로를 돌아 사무실에 오다가,
3.1공원에 차를 세우고 청주시가를 바라 보았습니다.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그냥 서글프더군요.



신부님,

내내 건강하시고,
제국의 심장에서 민주주의의 빛과 그늘에 대해 연구하시고,
멀리서 허리 잘리고, 동서로 갈라진 조국과 교회를 보시고,
이 민족의 아픈 현실에 대해,
많이 기도하시는 시간들 되십시오.

신부님 위해 매일 기도하겠습니다.



3년 뒤 다시 만날 때에는,
우리 다시 만나는 그 날에는,
교회의 등잔밑까지 아우르는.. 이 나라와 사회와 교회...

그 모든 반 복음적이고,모순된 현세질서를...
한 번 멋지게 갈아 엎어 버리자구요...



제가 사랑하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신부님의 앞 날에
하느님께서 친히 축복하시어, 하느님안에서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 또한 주님안에서 다 잘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미사에서 부른 성가를 조용히 불러 보며
신부님을 떠나 보냅니다.

주 예수 우리의 희망 우리의 행복..

내 일생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리..

생명의 길 밝혀 주시니..

주님을 따르리 십자가 길로..

주님을 현양하리 사랑의 길로......



신부님 안녕히 다녀 오십시오.

사랑합니다.

늘 행복하십시오.

                                       강 영규(사도요한)

 

 

                  가톨릭성가 19번 / 주를 따르리

 

'살며 사랑하며^^ > 기쁨과 희망 -日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월에 내린 눈..  (0) 2006.02.07
연꽃...진흙속에서 피메 더럽히지 않음이라^^  (0) 2006.02.06
이런사람..  (0) 2006.02.06
겨울 새  (0) 2006.02.04
속상하고 화가날 때..  (0) 200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