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별별 이야기^^

버팀목에 대하여 - 복효근

-검은배- 2011. 9. 3. 05:29

버팀목에 대하여

 

복효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 바람이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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