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별별 이야기^^

담쟁이-도종환

-검은배- 2007. 2. 14. 15:40
      담쟁이--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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