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별별 이야기^^

말복입니다.

-검은배- 2009. 8. 13. 22:18

우리집엔 개를 세 마리 기르고 있습니다.

가수 박상민이 이십 수년 만에 선글라스를 벗었다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네요?

희망없는 이 새우 젓같은 나라에서 별게 다 화제란 생각 -

- 희망없음 -

 

그냥 변견 한 마리와 족보 있는 오리지날 진도개 한 마리와

한 마리는 풍산개입니다.

아내가 하는 식당에서 잔반(일명 짬밥)을 거두어다 먹이고 있는데.

이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닙니다.

밤 늦은 시간(11시 반 이후)에 집에 돌아 와 개밥을 챙겨 줍니다.

한 손엔 밥통을 들고, 한 손엔 후레쉬를 들고...

어제 밤엔 아들놈 쪼리를 신고 엉거주춤 올라 가다가 잔디밭 언덕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짷었습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우리집 밤 문화 때문에 늘

우리집 개들도 야식을 하는 셈이지요.

짬밥을 뒤집어 쓰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긴 하나,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허리에 맨소래담을 문질러 주며 아내가 말했습니다.

 

"개 좀 치워~ 제발!"

 

아내는 아무래도 어린시절 개에대한 무슨 몹쓸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에 개밥을 주려면 아내는 한 손엔 막대기를 들고 휘휘 내두르며

엉덩이를 뒤로 주욱 빼고, 흩뿌리듯 개밥을 주곤했습니다.

집을 새로 짓고 이사하고 나서 동생이 무지 예쁜 시추^^ 한 마리를 선물했습니다.

애들이 좋아 뒤집어 졌죠~

그러나 아내는 개털이 어떠니, 알레르기가 저떠니...

타박이 대단했습니다.

 

급기야는 아침에 주방으로 나가던 아내가 자지러질듯 비명을 질렀습니다.

안방 문 앞에 시추 토미녀석이 오줌을 잔뜩 싸 놓은 걸 아내가 밟고 미끄러진 것이지요.

그날로 토미는 현관 신발장으로 좆겨났고,

아내의 구두에 가득 또 오줌을 쌌습니다.

 

다시 현관 밖에 녀석은 똬리를 틀어야 했고 긴 긴 겨울밤 개 떨듯 떨어야 했지요.

생각 끝에 녀석을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불쌍한 토미^^

시추 토미는 친구의 집에서 지금도 그집 식솔로 당당하고 멋지게 살고 있는데 지금도

아내만 가면 왈왈~ 짖어 대더라구요. 잊어버리지도 않고...

 

우리집에는 개가 세마리나 있습니다.

강산, 진돌, 헐랭이 라고 번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우린 통상 초복이, 중복이, 말복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오늘이 말복입니다.

참고로 나는 개를 무지 좋아합니다.

물론 먹는 건 더 좋아하구요.

 

우리집 삼복이는 오늘도 무사했습니다.

낼부터 아내는 또 노래를 하겠죠?

 

"제발 개좀 치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