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별별 이야기^^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검은배- 2009. 8. 15. 15:13

 

 

이 숲에 들어설 때마다

내 몸과 마음은 거덜 나 있었습니다.
마음은 사막처럼 모래먼지가 날리고
정신은 지칠대로 지쳐있을 때...
숲은 그런 나를 받아주고,
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게 하여 골짜기 물로 닦아주고
나뭇잎의 숨결로 말려주었습니다.
외로움 끝에 찾아오는 고요함을,
적막 끝에 다가오는 평화로움을,
두려움 끝에 찾아오는 맑은 생각을
나에게 주었습니다.

지친 그대가 이 숲에 오신다면 숲이 나무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나뭇잎을 흔들어 박수를 치며
그대를 받아줄 것입니다.
분주한 마음으로 이 숲에 오셨다가
고요해진 마음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대 혹시 사막에 계시지 않는지요?
한 손에 경전을 들고 일사분란하게
지도자를 따라가면서도 불안함을 떨칠 수 없어
다른 손에 무기를 숨겨둔 채 살고 있진 않는지요?
지켜야 할 수많은 계율이 있고
도처에 원수가 숨어 있으며
경쟁과 싸움을 피할 수 없어서
불안하다면 그대는 사막에 있는 것입니다.

그대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립니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그대가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도 종환의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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