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들판에 하얀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늙으신 농부들은 마른 논배미에서 짚을 태우고
또 한해 농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개 자욱한 신새벽부터..
마늘밭에 덮은 비닐에 구멍을 내고,
포도나무, 과일나무 가지를 전지하며...
늙은 삭신을 이끌고 한 해 농사를 위해
굽은 허리 필 사이도 없이..
갈퀴로 짚을 흐트립니다.
지난 가을걷이 할 때 콤바인 칼날에 모로 누운 볏짚을 일으켜 세우자
겨울 바람에 마른 들판엔
흰 연기가 자욱합니다.
"자꾸 뭘 하고만 있으면 뭐가 돼도 되겠지.
우선 해 놓고 나중에 봅시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이처럼 정신없이 맹목적으로 뛰고 있는
우리 현대인에게
"경주에 경주를 거듭한다는 것은
산에 산을 포개는게 아니라
바람에 바람을 포개는 꼴" 이라고 타이르면서.
"우리의 삶이 제대로 인간적이려면
느림이 있어야한다."고
누구나 알면서도 모르는 진리를 새삼 떠올려봅니다.
동양의 현자와도 같이 슬기롭고 여유있는 친구의 말을,
그저 파적으로만,
현실에 안 맞지만 그저 웃어넘겨 버리기에는,
그저 헐레벌떡 뛰기만 하다마는
우리의 삶이 너무 애처롭습니다.
우리들도 창문 밖으로
거추장스런 살림 보따리들을 모두 내던져 버리고
"평온. 정적. 한가로움"의 텅빈 부유를,
참 자유를 되찾아 누릴 수는 없을까요?
고요에서만 들려오는 "마음의 노래"가
우리에게도 "이름할 수 없는 분의 목소리"로
화할 수는 없을까요?
소리없이,
제때에, 싹트는 생명처럼...
게으름을 찬양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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