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스크랩] 방죽골에서

-검은배- 2006. 5. 31. 00:38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다 갠, 일요일 오후,

잠시 짬을 내어 방죽골 방죽에 갔더랬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낚싯대를 둘러메고 넘던 여우고개를,

자동차를 타고 말입니다...집에서 삼,사십분 쯤은 족히 걸어가던 옛길을

5분만에요.

 

 

내 유년시절,

아버지를 따라 낚시하던 방죽이기에

아버지의 부재가 크게 느껴질 때면,

가끔씩 찾곤하는 곳이랍니다.

부강성당과,

오류골 방죽과 함께...

 

분명 울 아버진 소태골 산소에 모셨지만,

거기보다는 여기, 방죽골...아니면

오리골 방죽에 가면 당신을 만날것 같은 생각에요...


 

이날도, 한 쌍의 예비부부가 웨딩사진을 찍고 있어서,

한참을 기다리며 둑길을 거닐다가...

방해없이 저수지풍경을 담을 수가 있었습니다...

 

미술시간에 만들기하던 조데(?)흙을 저기쯤에서 팠었습니다.

검은 찰흙을 말이어요.

진서녀석이 꼬득여서요...

 

우리동네에선 아주진한 황토조데 흙을 팠구요..

 


 

마을에서 돈 들여 만들었을, 정자가

방죽의 풍경을 조졌더라구요.

그리고 누구네건지 곡물건조기도요.

KT 케이블 한가닥이 넘어진 전신주와 함께 방죽에

빠진채 방치되고 있었구요...

 

생각같아선 다 때려 부수고 싶더군요.

자연을 해치는 인간들의 조형물들을요..

 

 

이리저리 방해물과 지장물을 피하느라

방죽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름대로 몇장의 사진을 건졌습니다.


 

물속까지 드러누운 버드나무의 모습이 압권입니다.

 

야박해져만 가는 인간들과는 사뭇다르게...

변치않는 모습 그대로요...언제나, 그자리에서요...


 

이곳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께

몇 가지 조언을 해 드렸습니다.

방죽을 예쁘게 가꾸고, 보존하는 방법을요...

헌데, 그 아저씨는 "유료 낚시터"운운 하시더라구요...나~참,

모르긴해도 그 양반은 딴나라당 사람 일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조선일보를 보시거나~

자연은 자연 그대로 가꾸고 보존하면 그만인것을...


 

이곳 저수지 둑방에서 나무를 벤 사람에겐 액운이 낀다하여

아무도 나무를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덕분에 자연을 제대로 보존했으니,

나무들의 자기방어능력,그 질긴생명력에 경의를 표할 밖에요...

신통방통이지 않습니까?

 

존경합니다..나무님!


 

왼쪽 저멀리 허옇게 보이는 것이 물속으로 곤두박질친 채

방치되는 전신주입니다.

굵은 케이블을 매단채로요...


 

 

수령을 알 수 없는 버드나무는 오늘도 말없이 추억에 잠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규, 너 많이 늙었구나?

이렇게 말하면서요...

 

잘 들어보세요...나무가 친구들에게도 말을 건넬 것이니까요..

어디서,무엇하다 이제 왔냐?고...


 

고사한 버드나무 가지위로

싱그러움을 더해가는 살아 꿈틀대는 새 가지...

 

온고이지신이라...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자연은 잘 실천하건만,

그것을 거부하고 국적불명의 이상한 것들을 새것이라고 마구잡이로

만들어 세우는 인간들의 단견이 야속도 하더라...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짙은 그늘과 바람으로~

숲속처럼 시원했습니다.

아니, 추웠습니다...


 

모내기 후에 흘러든 논물로 하여 물은 몹시 탁했습니다.

말풀이 빼곡히 수면을 가리우고요

어떻게, 좀 관(官)에서 지원을 받아서라도,

준설을 하고 옛 모습을 복원하였으면....아쉬움이 크더라구요.

 


 

어디선가 장수 잠자리라도 날아 올 것만 같았습니다.

청개구리 소리에 귀가 따가웠습니다...

장자굴쪽에선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낼 모래면 매미소리가 대단하겠지요...

 

 

 

아버지는 낚시를 참 좋아하시었고,

또 잘하시기도 했습니다.

그즈음의 저수지는 무척 맑았고,

솥뚜껑만한 자라도 더러 잡히었습니다...

자라 한 마리를 잡아서,

문의중학교 다니던 형들의 운동화 끈을 풀어 묶어서 집에 가져다가

우리 할아버지 고아 드리던 기억...




우리 당숙어른께서 이 동네에 사셨는데,

일찍 돌아 가셨습니다.

40대에 말이어요..

술을 너무나 끔찍히 사랑한 나머지...

술값 없이도 마음껏 마시고 싶어서...일찌감치

주님(酎任)곁으로요~

 

아, 옘병할 놈의 술...





당숙어른의 갑작스런 죽음이후

우리 육촌들의 삶은 질곡, 그 자체였습니다.

 

 

거기가 종가라서 아버지, 할아버지따라 제사지내러 다녔습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우리 당숙모께선 대전으로 이사를 하였죠...

새끼들과...살아볼려고요...힘겹게요...

참 모질게도 고생하며 살았습니다...

이곳에 서면 몇해전 돌아가신 당숙모 생각에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도 않답니다.

 

 

방죽골 방죽에 서면 난 아직도 아버지를 만나곤한답니다...

함께 낚시하던 그 방죽, 나무밑, 둑길에서 말입니다.

키가크고 코도크고,

목소리 걸걸하던 방아쟁이 아저씨도 생각나구요...

 

오랜만에 들러본 방죽골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경치에 반한 오후시간,

 

추억으로 가는 타임머쉰이 그곳에 있습니다...

 

    그저 무심히 내가 너를 스쳐갔을 뿐인데 너도 나를 무심히 스쳐갔을 텐데 그 순간 이후는 네가 나를 내가 너를 스쳐가기 이전의 세상이 아니다 간밤의 불면과 가을 들어서의 치통이 누군가가 스쳐간 상처 혹은 흔적이라면 무심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너와 나와는 그 무심한 스침이 빚어놓은 순간의 꽃이기 때문인 것이다

출처 : 방죽골에서
글쓴이 : 강영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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