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다 갠, 일요일 오후,
잠시 짬을 내어 방죽골 방죽에 갔더랬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낚싯대를 둘러메고 넘던 여우고개를,
자동차를 타고 말입니다...집에서 삼,사십분 쯤은 족히 걸어가던 옛길을
5분만에요.
내 유년시절,
아버지를 따라 낚시하던 방죽이기에
아버지의 부재가 크게 느껴질 때면,
가끔씩 찾곤하는 곳이랍니다.
부강성당과,
오류골 방죽과 함께...
분명 울 아버진 소태골 산소에 모셨지만,
거기보다는 여기, 방죽골...아니면
오리골 방죽에 가면 당신을 만날것 같은 생각에요...
이날도, 한 쌍의 예비부부가 웨딩사진을 찍고 있어서,
한참을 기다리며 둑길을 거닐다가...
방해없이 저수지풍경을 담을 수가 있었습니다...
미술시간에 만들기하던 조데(?)흙을 저기쯤에서 팠었습니다.
검은 찰흙을 말이어요.
진서녀석이 꼬득여서요...
우리동네에선 아주진한 황토조데 흙을 팠구요..
마을에서 돈 들여 만들었을, 정자가
방죽의 풍경을 조졌더라구요.
그리고 누구네건지 곡물건조기도요.
KT 케이블 한가닥이 넘어진 전신주와 함께 방죽에
빠진채 방치되고 있었구요...
생각같아선 다 때려 부수고 싶더군요.
자연을 해치는 인간들의 조형물들을요..
이리저리 방해물과 지장물을 피하느라
방죽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름대로 몇장의 사진을 건졌습니다.
물속까지 드러누운 버드나무의 모습이 압권입니다.
야박해져만 가는 인간들과는 사뭇다르게...
변치않는 모습 그대로요...언제나, 그자리에서요...
이곳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께
몇 가지 조언을 해 드렸습니다.
방죽을 예쁘게 가꾸고, 보존하는 방법을요...
헌데, 그 아저씨는 "유료 낚시터"운운 하시더라구요...나~참,
모르긴해도 그 양반은 딴나라당 사람 일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조선일보를 보시거나~
자연은 자연 그대로 가꾸고 보존하면 그만인것을...
이곳 저수지 둑방에서 나무를 벤 사람에겐 액운이 낀다하여
아무도 나무를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덕분에 자연을 제대로 보존했으니,
나무들의 자기방어능력,그 질긴생명력에 경의를 표할 밖에요...
신통방통이지 않습니까?
존경합니다..나무님!
왼쪽 저멀리 허옇게 보이는 것이 물속으로 곤두박질친 채
방치되는 전신주입니다.
굵은 케이블을 매단채로요...
수령을 알 수 없는 버드나무는 오늘도 말없이 추억에 잠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규, 너 많이 늙었구나?
이렇게 말하면서요...
잘 들어보세요...나무가 친구들에게도 말을 건넬 것이니까요..
어디서,무엇하다 이제 왔냐?고...
고사한 버드나무 가지위로
싱그러움을 더해가는 살아 꿈틀대는 새 가지...
온고이지신이라...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자연은 잘 실천하건만,
그것을 거부하고 국적불명의 이상한 것들을 새것이라고 마구잡이로
만들어 세우는 인간들의 단견이 야속도 하더라...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짙은 그늘과 바람으로~
숲속처럼 시원했습니다.
아니, 추웠습니다...
모내기 후에 흘러든 논물로 하여 물은 몹시 탁했습니다.
말풀이 빼곡히 수면을 가리우고요
어떻게, 좀 관(官)에서 지원을 받아서라도,
준설을 하고 옛 모습을 복원하였으면....아쉬움이 크더라구요.
어디선가 장수 잠자리라도 날아 올 것만 같았습니다.
청개구리 소리에 귀가 따가웠습니다...
장자굴쪽에선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낼 모래면 매미소리가 대단하겠지요...
아버지는 낚시를 참 좋아하시었고,
또 잘하시기도 했습니다.
그즈음의 저수지는 무척 맑았고,
솥뚜껑만한 자라도 더러 잡히었습니다...
자라 한 마리를 잡아서,
문의중학교 다니던 형들의 운동화 끈을 풀어 묶어서 집에 가져다가
우리 할아버지 고아 드리던 기억...
일찍 돌아 가셨습니다.
40대에 말이어요..
술을 너무나 끔찍히 사랑한 나머지...
술값 없이도 마음껏 마시고 싶어서...일찌감치
주님(酎任)곁으로요~
아, 옘병할 놈의 술...
당숙어른의 갑작스런 죽음이후
우리 육촌들의 삶은 질곡, 그 자체였습니다.
거기가 종가라서 아버지, 할아버지따라 제사지내러 다녔습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우리 당숙모께선 대전으로 이사를 하였죠...
새끼들과...살아볼려고요...힘겹게요...
참 모질게도 고생하며 살았습니다...
이곳에 서면 몇해전 돌아가신 당숙모 생각에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도 않답니다.
방죽골 방죽에 서면 난 아직도 아버지를 만나곤한답니다...
함께 낚시하던 그 방죽, 나무밑, 둑길에서 말입니다.
키가크고 코도크고,
목소리 걸걸하던 방아쟁이 아저씨도 생각나구요...
오랜만에 들러본 방죽골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경치에 반한 오후시간,
추억으로 가는 타임머쉰이 그곳에 있습니다...
그저 무심히
내가 너를 스쳐갔을 뿐인데
너도 나를 무심히
스쳐갔을 텐데
그 순간 이후는
네가 나를 내가 너를
스쳐가기 이전의
세상이 아니다
간밤의 불면과
가을 들어서의 치통이
누군가가 스쳐간
상처 혹은 흔적이라면
무심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너와 나와는
그 무심한 스침이 빚어놓은
순간의 꽃이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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