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반령을 오릅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처럼 두런 두런... 벗이자 아우와 함께...
향기 묻어나는 숲을 앵글에 잡는 내 모습을 함께 걷던 아우가 어느틈에 잡았던 모양입니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 앓는 아우와 함께 더위도 잊은 채 경치에 취해, 구부구부... 피반대령을 오릅니다.
낮은데로만 흘러가는 시냇물에서 배우고...
여기서 흘러내린 저 골짜기 물이, 낭성 추정샘물과 어우러져 무심천을 만들어 가지요.
세속의 찌든 일상도 씻고
걷고, 또 걷고...
이 꽃은 미나리 아재비... 미나리네 당숙 쯤 되나보네요.
소리마저 시원한 골짝물에 손을 담그고, 세수도 하고...
"언제나 고사발 길 다시 밟아 가 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 할꼬..." 고개넘던 새악시는 누구나 사임당 마음이었으리...
회인현감 부임시에 울며 넘던 고갯길을 이임시엔 후한인심 뒤로하고 울며 넘었다더라...
회인장 오가며 말미장(斗山:말뫼장)도 섰다하고, 예전엔 남일면 두산리까지, 회인현 북면이었다하더이다.
정상에 이는 바람에 피로도 풀고...
산아래 회인쪽으로 오동 저수지가 보일락 말락~ 아일락(?)하고... 창리로 향하며 오른쪽이 고사발이고, 게서 좀더 오르면 쌍암 저수지가 나오고 더 가면 한화 보은공장입니다.
회인을 지나 보은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대전을 지나 옥천을 향하고, 중간쯤에 어부동이 있으니... 조금 못미쳐서 남대문다리를 지나 맘마루에서 염티(소금고개)를 넘으면 소전리가 나오고 지금은 문의면이나 예전엔 소전,염티까지 다 보은군 회인현이었느니~ 거기로 문의장을 보러 넘던 고개가 염티이고, 길이 험해 산디기 가기전 앞실 학암에서 하룻밤을 유해야 했다하더이다.
하산하여 말미장터 마을 점방에서, 음료를 사 마시며 마당가에 발견한 아스라한 추억하나,
기능을 상실한 펌프... 바킹도, 종발쇠도 없는데, 역시 기능을 잃은 쇠 소쿠리와 쇠 갈퀴와 화분의 꽃 몇 송이와... 학교 다니는 아들 운동화를 박박 비벼 빨았음직한 플라스틱 솔과...
저녁에 물을 쓰고서 물 빼놓는 걸 잊으면 겨울 짧은 하루, 저 밑둥에 왕겨불을 피워 녹여야했고, 한성깔하시던 아버지께 한나절 싫은소릴 들어야했던 기억...
다음에 또 기회가 닿는다면 탄탄대로도, 임도도 아닌... 피반령 옛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말미장터 점방 아주머니 말씀이...옛길또한 잘 보존되었다하니, 계산리 5층 석탑도 보고, 작은 방죽도 지나...
회인장 넘나들던 소금장수처럼... 좌천하여 임지로 울며 향하던 심약한 고을 수령, 방백 나부랭이들 처럼... 손발터져 피 흘리던 불쌍한 교꾼들처럼... 부푼꿈 가득안고 낭군님 따르던 새색시처럼...
허위 허위... 언제든 또 오르고 싶습니다.
**2차선 다리-차태현 (락 버전 )** - 영화 '복면 달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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