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일이다. 주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술로 바꾸신 기적을 기념하며 그 예화의 의미를 새기는 주일이다. 오늘의 말씀에서 우리는 성모님께서 하신 말씀을, 그 의미를 특별히 기억해야할 것이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대로 하여라."(요한 2,5). 무엇이든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시키는대로 한다면 세상에서 그분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리라. 꼭 2년만에 공소예절 주례를 하였다. 주님의 거룩한 제대 위에 서는 감회가 새롭고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로하고, 특히 겸손한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지난 2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암울하던 시절,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끝간데까지 달린 기억이 있다. 바퀴를 타고 튀기는 물방울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흐르는데, 어찌나 시원하던지...장암동인가 방죽에 다다랐었다. 연꽃이 저수지에 가득했었다. 거기서 감당, 혹은 깜냥에 대해서 생각을 했고, 연 잎 하나에게 가르침을 받았었다. 연 잎은 오목하기에 내리는 빗방울을 가득 담아 모을 수가 있는데, 무게를 감당하기에 버거우면 연 잎은 줄기를 기울여 빗물을 쏱아내고, 다시 물방울을 담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만치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미련없이 버려야함을 배웠다.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 연 잎이었던 것이다. 그무렵 우리 교회공동체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에 더하여 나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 차고 넘치게되면 그게 은총이든, 재물이든 미련없이 버리고 감당할 수 있을 만치만 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보여지는 것이 개판 오분 전인 그네들일지라도 내가 판단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그저 참고 기다려야 함을... 직분에 있어서는 더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느날 '아미떼의 아들 요나'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내렸듯..우리는 그 때를 늘 기억하며 기다리고 있어야 함을...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에게 모모한 직분과 사명이 내리면 우리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만치만 따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겸손해야하고 양심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깜냥도 안되면서 어느 직분을 맡고 거기에더해 그 직분에서 오는 권위와 이권만을 취하고 그 직분의 깜냥에 걸맞지 못할 때 사람들은 비난할 것이고, 자신은 쪽팔릴 것이며, 하느님을 욕되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자신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니까. 신앙생활이 계 모임이나 친목회는 아니잖은가? 아니 그런가?
우리 공동체도 그랬다. 자라온 환경과 인간 됨됨이와 의식이 잘못된 지도자와 그에 편승한 몇 몇 깜냥도 주제 파악도 안 된 무뢰배들이 모모한 직분을 취하고 먹고 마시고 노니는 지극히 세속적이고 잘못된 세태를 답습한 나머지 결국은 하느님의 이름을 헛되고 망령되게 했으며 공동체의 유익에도 반하는 짓거리들을 했으며, 공동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었다. 늦게나마 질서가 회복되어 가는 것을 보며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에 그저 탄복하오며 감사와 찬미를 드릴 따름이다. 그리고 참고 인내하며, 견디어 낸 공동체와 우리 자신에게도 감사 드린다. 연중 제2주일을 보내며, 우리가 더 한 마음으로, 마음을 모으고 소리를 합하고, 정성을 다하여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한 번 되 새겨 본다. 신앙의 본질을 깊이 자각하고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해가 밝았고, 주님께서는 우리 공동체에도 새날과 새 삶을 살 것을 명령하셨다.
오늘 우리는 성모님의 당부를 다시 상기하며 그 뜻을 새기고자 한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대로 하여라."
Donna Donna / Joan Ba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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