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 가서는,
옥수수를 경매로 처분하였다.
수확이 늦어 세어 버리고, 더위에... 습도에... 누렇게 떠 가는데
마냥 트럭에 싣고, 혼자 가슴 썪을 이유도 없고,
달리, 처분할 방도도 없고,
힘들여 우여곡절 끝에 건진 것이기에 다만 얼마라도
더 받아야한다는...
딜레마!
그래...이거 딜레마 맞어.
많이 고민하고, 주저주저 ... 하다가 경매에 임한 것이건만...
살면서, 참 별짓 다한다 싶기도 하고...
봉명동 농산물 시장 청과상에 옥수수 입고를 마치고,
밤 10시가 넘어 운천동에서 늦은 저녁을 참여 주민들과 함께하고
아내를 태우고 귀가하였다.
만빵 깨어지는 여자 축구를 보고, 소파에서 그냥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에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려 잠을 깨었다.
경매결과 통보.
그냥, 휴대폰 문자로 찍어 주어도 될터인데, 이건 뭐... '친절한 금자씨'도 아니고...
150자루 - 특...3,600원 183자루 - 중 ...3,300원.
허무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어제 밤, 시장에서 만난 경매사의 말이 이 새벽, 참 아프게 다가왔다.
"사장님, 상품은 좋은데...선별을 너무 성의없이..하셨세여^^
한 자루 서른 개씩 담으셨어야져~ 어느 건 서른 개가 안되고, 어느 건 40개나 되고..ㅎㅎ~
이러면 제값 못 받아여~!"
그랬다.
아파트 단지에서 옥수수를 팔며 참 많은 크레임과 항의에 직면해야했다.
옥수수 서른 개 까지도 헤아리지 못하는 그네들과,
주판 대용으로써의 손가락이 열개뿐인 그네들과 내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만, 망각하고 있었다. 아니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세렉스에 한 차, 어제 수확한 옥수수는 다시 센터로 싣고 돌아왔다.
오늘 다시, 아파트단지로 나가 팔아 볼 요량인데,
공연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남의 일처럼 불구경하듯, 즐기듯..조소하는 듯한 최고의 사회복지인이자,
지고지선의 가톨릭 신자인 어느작자의 잘해보라는 말마디가
아프게 뇌리를 떠나지 않는 새벽이다.
그저 그러려니~
이렇게 일찍 잠이 달아난 것도 뜻일지라 - 기도해야할 듯...
이 모두 나를 사랑하고, 아끼시는 님의 뜻일진저....
이 새벽, 나의 기도가 평화이기를! 사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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