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한 삶 곤궁한 살림살이에 서방님은 이웃 마을 머슴살이 떠나고 홀 시어미 공양하며 천사처럼 살았더라. 굶주려 쇠잔해진 시어머니 보다못해 품 팔아 눈물같은 쌀 한 줌 얻었더라. 어서 밥 지어 진짓상 올려야지 조바심하며 보릿짚 돋와 태우며 밥물 잦혔더라. 솥 뚜껑 열어 뜸은 잘 들었는지? 한 숟갈 떠내어 살피어 보는찰라 '시미 몰래 네년 혼자 이팝지어 쳐 먹냐?' 오해한 시어미 호령하며 밥 잦히던 부지깽이 빼앗아 내려치니 며느리 가녀린 육신 풀잎처럼 눕더라. 아득히 멀어지는 숨결 속 흐려지는 눈길에 살강밑에 떨어진 밥알 두알 보이더라. 떨리는 손길로 팝풀 두알 주으려다 불쌍한 며느리, 끝내 숨을 거두더라. 슬픈기별에 달려 온 서방 눈물로 염하고 통곡으로 습하여 슬픈 육신 양지녁에 묻어주니 하늘도 우시는가 겨울비 내리더라. 며늘아기 자태처럼 풀잎 돋아 자라더니 들판에 곡식이 익어 가던 가을날 며늘아기 입술같은 붉은 꽃 피었더라. ... 입술사이 햅쌀같은 밥알 두 알 물었더라. - 검은배 -
나 가거든 -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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