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느타리 버섯

-검은배- 2009. 8. 9. 09:26

 

 

 

나와 같이 고향을 지키며 사는 모지리 중에 동생 친구가 하나 있는데,

봄, 여름, 가을...농사를 짓고

겨울이면 산판에서 발매(산의 나무를 다 베어내고 수종을 개량하는 일)하는 일을 한다.

 

하여,

나는 가끔 그에게 부탁하여 산이 주는 온갖  좋은 것들을 얻어 오곤 한다.

느릅나무, 가시오가피, 엄나무, 천마, 야생란 등등...

 

작년 겨울,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유~ 난디유...조선 미류나무 하나 볏는디 갖다가 가다발 낼래유~"

 

느타리 버섯이라, 마다 할 내가 아니지...ㅎㅎ

 

 

 

오리지날 재래종 미류나무 한 그루를 승용차로 실어오려 하니

그 친구가 경운기로 실어다 준다.

육거리 종합시장에 있는 산림조합에서 버섯 종균을 사다가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나와 동생이 어우러져 버섯 종균 넣던 날을 회상하며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세 아들 녀석들과 함께 종균과 톱밥, 그리고 적당량의 흙을 섞어

나무 둥치위에 덮고 토닥인 다음 다른 한 토막을 올려 고정해 놓았다.

 

 

 

달이가 날이가고 가을이 커밍 쑤운...

 

집뒤 건물 그림자에 세워 둔 나무 토막에서 느타리 버섯이 앞 다투어 피어 난다.

당근, 어린 날의 나처럼 내 아들놈들, 기뻐하고 신기해 했다.

막내 아들 녀석은 물뿌리게를 들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버섯에 물주는게 일상이 되었다.

내가 어릴 때는 펌프를 힘들게 굴러 물을 길었기에 집안에 늘 물이 부족했고,

물을 아껴야 했기에 아버지는 비누칠을 하지 않고 머리감고 세수하신 후,

세숫대야의 물을 버섯 통나무에 냅다 퍼붓곤 하셨었는데...

나와 동생들도 덩달아 아버지 흉내를 냈었지...

 

 

팔아 먹는 것이라면 이 정도때 따야하겠지만,

집에서 먹는 건 어른 손바닥만하게 키운 후 따야 푸짐한거다.

 

그리하여, 내일 검배네 마당엔 우리 동기어린 6남매 형제자매 모여 어머니 모시고,

느타리 버섯과 골파 파저리 어우리고 곁들여,

삼겹살에 소주  한 판 한다나 어쩐다나....ㅎㅎ

 

                                              - 검은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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