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검은배- 2006. 1. 19. 00:27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김현태 시집 -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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