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풍경 하나.
이번 설은 짧은 연휴인 관계로 더욱 분주하게 지나갔습니다.
아찬설 오전엔 빈첸시오 활동으로 바빴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 지역의 이웃을 위해 떡국용 떡을 준비하고
정육점에서 쇠고기를 끊고,
호필이 형님네(화당 말바우 쉼터)에서 생필품과 과자등을 사서
각각 개별 포장을 하고난 후, 두 팀으로 나누어 활동을 했습니다.
가덕, 남일, 남이, 문의면(문의 성당 관할 구역)등지에 산재한 독거노인,
소년 소녀가장들에게 전달하고 덕담도하고....
경제사정이 여의치않아 예년처럼 넉넉히 전해 드리진 못했고,
그래서 마음이 편칠 못했습니다.
풍경 두울.
가덕쪽으로 향했던 팀들이 마구리에서 빙어를 두어관 사왔습니다.
화당 말바우 쉼터에서 활동을 마치고 때아닌 빙어 파티를 벌였습니다.
초고추장을 볼따구니에 뭍혀가며 막걸리와 소주에 곁들여 먹는 모습들에
군침이 돌았지만,
난 살아 있는건 세발낙지 밖에는 못 먹는고로 군침을 흘리며 지켜볼 수 밖에...
풍경 셋.
아내와, 동생 내외와 조카들과 함께 만두를 만들고
이른 저녁을 먹고, 상을 물린 다음 윷놀이를 하였습니다.
나름대로는 평등한 명절을 보낸다고 동생과 내가 설거지를 하였습니다.
매번 하는 장단인지 동생의 설거지 솜씨는 일품이었습니다.
밤 늦게 운동을 하느라고 동화초등학교까지 걸어 가서
교무실 앞 계단에 오래 도록 앉아 있다 왔습니다.
어린시절 추억에 잠겨, 상념에 빠진 밤...날씨도 포근하였습니다.
비가 올 것처럼 뿌옇게 달무리진 밤이었습니다.
풍경 넷.
아침 일찍 차례를 준비하였습니다.
성경속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가 그려진 팔폭 병풍을 펴고
유교식 차림에 충실히 따라 진설한 젯상위에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운다음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모셨습니다.
쉰 둘...
한참 나이에 가신 아버지께서 한 번도 보신적 없는 두 며느리와
여섯 손주 손녀 앞에 맑게 웃고 계셨습니다.
마침 성가를 부르고 순서에 따라 잔을 올리고 세배를 하였습니다.
두 며느리가 잔을 올리고 날아갈 듯 절을 하였습니다.
명절이 지나면 엄마께서 입원하여 수술을 하셔야함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영정속 젊은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말없이 웃고만 계셨습니다.
온 가족이 성당, 합동 위령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설과 주일이 겹쳐서 더 분주하였습니다.
성묘를 다녀오고...
오후가 되어 이젠 출가한 울 가족들이 하나 둘, 집에 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울집 며느리들은 이번 설에도 친정 나들이는 포기하였구요.
묘하게도 장모님 생신이 설 1주일 전이시고,
동생네도 장모님 생신이 그 무렵이라서 미리 처가에 다녀와 우린 집에
모두 모일 수가 있습니다.
풍경 다섯.
점심을 먹고 서울 사는 매제가 뜬금없이 미꾸라지를 잡으러 가자고 해서
온 가족이 삽을 들고 얼기미와 양동일들고 동암이 쪽으로 나섰습니다.
개구리며 미꾸라지는 태희란 놈이 싹쓸이 했을텐데 뭐가 있겠냐며....
망태골로 올라가는 냇가에 버들가지가 금새 피어날듯 몽우리가 부풀었고
버들피리를 만들 수 있을것처럼 물이 올랐더라구요.
여자들은 양지쪽에서 철이른 미나리를 뜯고,
우리는 게을러 똘도 안치고 벼를 벤 상현네 논두렁 밑에서 삽질을 했습니다.
이게 왠일입니까?
한 삽씩 진흙을 퍼서 바를 때마다 손가락(약간 뻥임)굵기되는 미꾸라지가
대여섯 마리씩 한꺼번에 나오는게 아닙니까?
금새 반 양동이가 넘게 미꾸라지를 잡았습니다.
거무스레하고 싱싱한 말 그대로 무공해 울트라 슈퍼 짱 미꾸라지..
자연 강장 식품을 말입니다.
저녁 늦도록 추어탕에, 매운탕에 포식하고 술마시며 웃음꽃이 만발했습니다.
휴가끝에 엄마가 병원가셔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려는 듯..
작은 누나 추어탕 끓이는 솜씨또한 나날이 발전하였습니다.
이참에 집에다 개업 함 해 바바.. 검은배 추어탕집..
풍경 여섯.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대전 누나 내외, 우리, 동생내외, 서울 여동생네..
해마다 명절마다의 이벤트인 등산을 나섰습니다.
문의 문화재단지 주차장까지 막내 동생이 차로 태워다 주고,
양성산으로 작두산을 경유 하여 집까지 오는 코스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등산객이 많아서 곳곳에서 정체를 빚으며 양성산에 올라 커피 한 잔씩 마시고
다시 작두산 정상에 서서 산하를 보며
어린 시절을 화재로 웃음꽃을 피우다가 하산을 하였습니다.
등산로 주변에서 작은 누나가 냄비뚜껑만한 영지 버섯을 땄습니다.
주위에서 크고 작은 영지버섯을 예닐곱개나 더 땄고, 이내
가족 산행은 때아닌 몸에 좋은 것을 찾는 몬도가네의 숨은 보물찾기로
변질 되었습니다.
풍경 일곱
집에 돌아오니 산행에 불참한 가족들이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성찬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두툼한 목살을 얹고, 왕소금을 술술 뿌려가며 굽고, 가위로 잘라가며...
뒷 마당에 오늘 새로 헌 장독에서, 막 꺼내온 김장 김치를 대가리만 댕강 자른 채
게걸스레 한 참을 먹고 나서야 아이들이며 가족이 보이더라구요.
마당에서 가족대항 양궁 대회가 열렸고...발 야구를 하고...
꿈결같은 시간이 가고 짧은 겨울 하루가 금새 저물었습니다.
육남매는 다시 삶을 향해 각자 경향각지로 돌아갔습니다.
우리집 두 아들 놈도 커다란 가방을 짊어 지고 작은 아빠네를 따라 갔고요.
풍경 여덟
오랜만에 아내와 영화를 보러 나섰습니다.
큰 아들놈은 따로 "투사부일체'를 본다고 따라 붙었고,
아내와 난 '왕의 남자'를 보자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쥬네쓰주위엔 유료주차장까지 만차였습니다.
겨우 좁은 골목에 백화점에서 주차 알바하던 실력으로 깻잎주차를 하고
극장 매표소에 다다랐는데...에구나~
모두 매진....
할 수 없이 셋이서 "사랑을 놓치다"를 관람했습니다.
설경구, 송윤아 주연의...
아내가 소녀처럼 좋아라 했구요.
피곤했지만, 짧은 3일간의 전쟁같은 명절이 그렇게 갔습니다.
끝이냐구요?
새벽에 미꾸라지 잡느라 온통 후질러놓은 옷가지를
세탁기 손수 돌려 빨랫줄에 널어 놓은 후에야
비로서 명절에 The end를 고했습니다.
참 평등한 명절이죠?
아이구 허리야....
'살며 사랑하며^^ > 기쁨과 희망 -日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헌.. (0) | 2006.02.02 |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0) | 2006.01.31 |
신선봉에 다녀와서 (0) | 2006.01.26 |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우리니.. (0) | 2006.01.23 |
오늘 (0) | 2006.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