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초등학교 1학년 때...

-검은배- 2006. 3. 30. 15:38


 

동화초등학교..

1학년 어느날 김 선오 선생님께서 당시엔 보기 힘들던 카메라를 가져오셔서

수업중인 우리반을 나오라 하시고 문제의 이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오진순선생님께서 반장인 나에게 줄을 세우게 하신 바람에 난 젤 좋아하던 친구의 뒤에

가서 서려던 희망사항을 접고 맨날 싸우던 광분이하고 한순이 뒤에 서게 되었습니다.

해서 맨 오른 쪽 끝에 있는 잘 생긴 저녀석..그게 나여요^^

 

세상을 향해 남수원밖으로 열린 좀 더넓은 세상과 하늘이 동화의 나라였고,

인순이와 명선이의 손잡고 노래 부르며 나폴거리며 걸어가 보았던 큰내(무심천)는 코흘리게

나에겐 세상에서 젤로 크고 넓은 강이었습니다.

자갈배가 들어와 바닥을 파헤치고 박정희식으로 물길을 바로잡아 놓기전의

큰내는 작은 나에겐 그야말로 환상이었지요...

초록물고기도 보았고,은빛 물고기도 보았구요...

은빛 모래는 또 어땠나요...혼인색을 곱게 입은 숫놈 피라미를 명선이가

꽃갈라리..라고 갈켜 주었습니다..아마도 말바위 사투리겠지만요...

어쨌든 어릴적 화당과 큰내를 아우르는 그 일대가 어린 저에겐 세상으로 열린

최초의 창이었던 셈이지요...

 

아버지따라서 서울,인천 구경가거나 엄마 따라 장 구경 갈라치면 삼거리 판자쪽 다리가

무서워서 발발떨던 촌놈에게 은빛모래와 부레옥잠,부들이 자라던 큰내는 너무

환상적인 놀이터 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전혀 나와 함께한 기억이 없다하더라구요..

오뉴월 하루빛이라고 나이차일수도 있겠단 생각을 합니다.

도원초, 남이초에 다니던 누나들이 동화학교가 생기자 다시 1학년으로

입학하였고..누이들때문에 나와 동생도 한 살씩 나일 더먹고나서 학교에 왔으니,

그 시절 한 살이면 그럴것 같단 생각이 들게도 되지요..

 

아무튼 일상에서 검배와 양지말을 벗어난 일이라곤 동생과 친구들 꼬득여 비행기 줏으러

가자고 상지말 뒷산에 오른게 고작이었던 나로선 분명 동화의 나라는 신기하고

모험거리 가득한 에버랜드보다 더 좋은 놀이동산이었던 셈입니다...

 

이 소중한 사진을 간직해 온게 신기한 모양이더라구요..

다들 이 사진을 찍었던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내겐 더 이상한 일이건만~

그리고 우리 1반이 포즈취한 이 자리에서 똑깥이 입 헤벌리고, 고개 삐죽 내민 엉거주춤한 포즈로

2반도 사진을 찍었으니~ 누군가 간직하고 있다면...좋으련만..

먹고 살기 힘들어 먹어버렸는지..아님 황우석이처럼 이사 다니다가 다 잃어버린건지...

모든걸 잘 정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는 우표키트 보관하는 비닐에 소중히 싸서

앨범안에 고이모셔 놓고 자주 꺼내어 보곤했습니다.

그러기에 친구들 이름은 물론 그들과의 추억을 죄다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소중한 사진을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에 재형이녀석이 가져가 버렸고, 동창카페를 만들고 나서

여기 올려 추억을 공유하면 더욱 좋을거란 생각에 녀석에게 올리라 했더니...

색이 바래고..구겨지고...재형이 지 얼굴은 코팅이 벗겨져서 식별이 불가능하고..

속상했지만...잃어버리지 않고 다시볼 수 있다는게 다행한 일이지요...

재형이도 미안해하고 속상해 하더라구요..

 

어제런듯 더욱 선명해지는 기억들이 새롭습니다.

 

예방주사 놓으러 남일보건소에서 예쁜 누나가 오자 학교 모퉁일 돌아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쳐버려..며칠 뒤 모든 친구들 앞에서 악다구니 쓰며 지 혼자 예방주살 맞아야 했던 문규..

쌀 한말이 500원이던 그 시절에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느라 쌀 한말 값에 견주이던 마른 오징어를 늘 입에 물고 살던 용만이..이 친구는 그걸로 화당친구들을 시종부리듯 했던기억..

배부른 프랑스 귀족처럼 "난 오징어 다린 안 먹어"하면서 녀석이 오징어 다리 열 개를(열개맞나?) 뚝 떼어 주면  "나는 원래 오징어 안 먹어 임마~"하고 다른 놈들 하나씩 다 떼어주고 나중에 후회도 하곤 했지...ㅎㅎ

알량한 자존심에 사양지심은 손해지심이더라고...아고 먹고시포라~~~그냥 먹을걸..

 

키가 제법크던 난 왕규하고 같이 짝이었는데...아 이놈 숨소리가 너무 커서 싫었던 기억...

꼬다가리도 뵈기 싫으면 그 놈 숨소리도 듣기 싫다고...하지만 숨은 쉬어야 사는거고..그 애가

무슨 숨쉬는게 죄는 아닐텐데도..왜 그렇게 싫던지...

그담달에 다행이 짝쥐가 광분이로 바뀌었는데...개도 싫었습니다.

책상2/3 지점에 라인,선,금,줄을 찍 그어 놓고 "넘어 오면 주겨~"라고 윽박질러 갖이나 비쩍

마른 광분이를 말려 죽이려 하던 나쁜녀석...바로 저예요..ㅋㅋ

 

나중엔 선생님께 그랬어요..

"선생님 짝쥐 바꿔주세요" "누구랑 앉고 싶은데?"

내심 ㅇㅇ이요~하고 싶었지만, 그 앤 지랄나게도 키가 작았던지라...

그냥..."인순이요..." 그랬더니 오 선생님은 남의 속도 모르면서 "영규가 인순일 좋아 하는구나."

어이구~ 속터져...

인순이는 용만이 사촌이었는데 참하고 말수도 별로 없는 아이였습니다. 웃는듯 우는듯

수줍음을 많이 타던...내게 무지 잘 했으므로 짝쥐에 대한 불만은 좀 사그러들어갔고..그런데

인순이는 얼마뒤에 전학을 가 버렸지요. 그담엔 용만이가 짝이었는데 맨 뒷자리에서 이놈하고

쭈~욱 앉아야 했지요...졸업하는 날까지~~

 

2학년 때까지 사진속의 친구들과 한 반이었고,

3학년이 되면서 뒤섞였습니다.

다시 5학년때 합반을 했고.....해서 6회가 다른 기수보다 잘 뭉치게 된 동기가 된 듯~

 

금순이, 숙경인 노래를 참 잘 했습니다.

전교생 앞에서 노래도 하곤했는데 "풀~냄새 피어나는~ 잔듸에 누워~"하는 이 노래가 그때

레파토리였는데 "풀~"을 예쁘게 하느라 그랬는지"폴~"로 발음했고 그 모양을 보고 애들이

달기똥구멍이라 놀려 두 친구를 울리기도 했지요...ㅎㅎ

 

공부를 너무 잘해서 8회로 간 친구들도 둘이 있네요..

후배들 지도하러 갔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나와 내동생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 녀석들이 참 뭐라하기 민망하기도 하네요..ㅎㅎ

 

사진속의 친구들 얼굴을 보면서

참 많은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학교산으로 송충이잡으러 가고..

남계 앞 개울로 때 닦으러 가고~

머미 한씨 시조묘로 소풍가고...

 

겨울엔 장작개비를 싸들고 학교에 가고~~

 

기억의 저편에서 길어 올리는 추억 한 조각에 살며시 웃음지어보는 아침..

추억이 그리우세요?

영규에게 전화하셔~요..

넘 많은걸 기억하는 그 녀석이 주저리 주저리 옛기억을 새롭게 해 줄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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