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 1.
문 태준
열무를 심어놓고 게을러
뿌리를 놓치고, 줄기를 놓치고
가까스로 꽃을 얻었다
공중에 흰 열무꽃이 파다하다.
채소밭에 꽃밭을 가꾸었느냐
사람들은 묻고 나는 망설이는데
그 문답끝에 나비 하나가
나비가 데려온 또 하나의 나비가
흰 열무 꽃잎 같은 나비 떼가
흰 열무꽃잎 위에 내려 앉는 것이었다.
가녀린 발을 딛고
3초씩, 5초씩 짧게 짧게 혹은
그네들에겐 보다 느슨한 시간동안
날개를 접고 바람을 잠재우고
펀펀하게 앉아있는 것이었다.
설핏 설핏 선잠이 드는 것만 같았다
발 딛고 쉬라고 내줄 곳이
선잠 들라고 내 줄 무릎이
살아 오는 동안 나에겐 없었다.
내 열무밭은 꽃밭이지만
나는 비로소 나비에게 꽃마저 잃었다.
Feneste che luciv (불꺼진 창-오 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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