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극빈 1

-검은배- 2007. 1. 17. 17:41

 

극빈 1.

             문 태준

        

열무를 심어놓고 게을러

뿌리를 놓치고, 줄기를 놓치고

가까스로 꽃을 얻었다

공중에 흰 열무꽃이 파다하다.

채소밭에 꽃밭을 가꾸었느냐

사람들은 묻고 나는 망설이는데

그 문답끝에 나비 하나가

나비가 데려온 또 하나의 나비가

흰 열무 꽃잎 같은 나비 떼가

흰 열무꽃잎 위에 내려 앉는 것이었다.



가녀린 발을 딛고

3초씩, 5초씩 짧게 짧게 혹은

그네들에겐 보다 느슨한 시간동안

날개를 접고 바람을 잠재우고

펀펀하게 앉아있는 것이었다.

설핏 설핏 선잠이 드는 것만 같았다

발 딛고 쉬라고 내줄 곳이

선잠 들라고 내 줄 무릎이

살아 오는 동안 나에겐 없었다.

내 열무밭은 꽃밭이지만

나는 비로소 나비에게 꽃마저 잃었다.

 

    Feneste che luciv (불꺼진 창-오 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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