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넘치게 많은 세상의 표현 중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몇 가지를 꼽아봅니다.
사랑, 소망, 행복, 기다림....그리고 시작,
그 중 오늘 내게 필요한 것은 시작입니다.
생각해보면 하느님은 늘 그렇게 우리에게
"새 것", "또 새로운 것"들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한 해의 시작도, 인생의 시작도...
하루의 시작과 같습니다.
나에게, 또 누군가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과,
또 살아갈 수 있다는 그 사실일것입니다.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옛날 이야기 한토막-
어느날 고명한 스님과 신출내기 나와 같은
혈기방창한 젊은 스님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때는 한 여름,
장마철 소나기가 내렸고, 갑자기 내린 비로
도랑물이 불어났습니다.
여울목에 다다른 그들 앞에 아리따운 젊은 처자가
불어난 물 때문에 도랑을 건너지도 못하고,
비에 젖어 드러난 앞 섶을 여미며 대략난감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고명하신 스승께서 여인을 번쩍 업고선 도랑 이편까지
건네다 주었습니다.
젊은 스님은 그 일 때문에 빈정이 상했고,
한참을 가도록 투덜이 스머프처럼 투덜거렸습니다.
얼마 후 스승께서 입을 열었습니다.
"얘야, 검은배야...나는 아까 건넌 도랑에서 그 여인을 내려 놓았는데, 어찌하여 너는 아직도 여인을 업고 어쩔 줄 몰라 하느뇨?"
그렇습니다.
이제 다 지나간 과거일진데,
나는 훌훌 털어버리지도 못하고,
지가 나서서 건네주지도 못하고,
무언가에 집착하고 지난 날에 연연하고,
그리하여, 미련에 울고 서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거기 내려 놓았었어야 할 모든 것들에서...
떠나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어지럽고, 어리석음...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말입니다.
오늘,
턱 괸 팔뚝을 풀었습니다.
기어가는 부지런으로 ...시작하려고요.
자,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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