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턱 괸 팔뚝을 풀고...

-검은배- 2007. 1. 19. 15:09

차고,넘치게 많은 세상의 표현 중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몇 가지를 꼽아봅니다.

사랑, 소망, 행복, 기다림....그리고 시작,

그 중 오늘 내게 필요한 것은 시작입니다.

생각해보면 하느님은 늘 그렇게 우리에게

"새 것", "또 새로운 것"들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한 해의 시작도, 인생의 시작도...

하루의 시작과 같습니다.

나에게, 또 누군가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과,

또 살아갈 수 있다는 그 사실일것입니다.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옛날 이야기 한토막-

 

어느날 고명한 스님과 신출내기 나와 같은

혈기방창한 젊은 스님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때는 한 여름,

장마철 소나기가 내렸고, 갑자기 내린 비로

도랑물이 불어났습니다.

여울목에 다다른 그들 앞에 아리따운 젊은 처자가

불어난 물 때문에 도랑을 건너지도 못하고,

비에 젖어 드러난 앞 섶을 여미며 대략난감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고명하신 스승께서 여인을 번쩍 업고선 도랑 이편까지

건네다 주었습니다.

젊은 스님은 그 일 때문에 빈정이 상했고,

한참을 가도록 투덜이 스머프처럼 투덜거렸습니다.

얼마 후 스승께서 입을 열었습니다.

 

"얘야, 검은배야...나는 아까 건넌 도랑에서 그 여인을 내려 놓았는데, 어찌하여 너는 아직도 여인을 업고 어쩔 줄 몰라 하느뇨?"

 

그렇습니다.

이제 다 지나간 과거일진데,

나는 훌훌 털어버리지도 못하고,

지가 나서서 건네주지도 못하고,

무언가에 집착하고 지난 날에 연연하고,

그리하여, 미련에 울고 서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거기 내려 놓았었어야 할 모든 것들에서...

떠나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어지럽고, 어리석음...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말입니다.

 

오늘,

턱 괸 팔뚝을 풀었습니다.

기어가는 부지런으로 ...시작하려고요.

 

자,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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