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치고, 나름의 상처를 안고 성거산에 들었습니다.
1월에 이어 8개월 만입니다. 2009년 9월 12일 토요일입니다.
도착하자마자 미사가 있었고, 성체와 성혈로 영혼양식을 먹고 마시고 힘을 얻어
새로운 마음으로 피정에 임했다는...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따지 못하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거두어들이지 못한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는 이가
어떤 사람과 같은지 너희에게 보여주겠다.
그는 땅을 깊이 파서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강물이 집에 들이닥쳐도,
그 집은 잘 지어졌기 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자는,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강물이 들이닥치자 그 집은 곧 무너져 버렸다.
그 집은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
루카 6,43-49.
담장 속 벌 형제들에게 배웁니다.
다미아노 십자가 아래에서,
사부 성 프란치스코와 함께,
이곳저곳 떠돌며 기도하고 묵상하고...
풍경소리만이 고즈넉한 산 속을 살아 숨쉬고...
살았대나 죽었대나 같은 것을 가지고,
성과 속이 하나이듯이...
밖에서 끌탕하던 모든 걸 내려 놓고, 에고를 버리려 부림칩니다.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제와 저희 죽을 그 때에...
들어오고 나가는 이를 축복해 주소서!
문은 겸손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들었으니 좋은마음을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산 속의 바람소리는 마치 강물이 흘러가는 것같은 소리가 납니다.
산 속에서 흐르는 거대한 강을 목도합니다.
저 강물 위에 누워 그저 끝간데 없이 그렇게 흘러가고 싶은데,
그렇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나혼자만 흘러서 멀리멀리...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그렇게 흘러갈 순 없을까요?
어머니,
저는 좋은나무일까요?
아님,
나쁜나무일까요?
아들아,
넌 그냥... 세상나무일 뿐이란다.
어젯밤, 좋은친구를 오랜만에 만났고,
그에게 말했었지요...친구야, 나 좀 어디로든 데리고 떠나주라~!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런 곳으로...응?
그가 말하더군요...미친 놈, 정신 줄 챙겨라~ 좀말할 때!!
좋은나무가 되고,
나쁜나무가 됨은 오로지
너의 속마음을 온전히 통회하고 보속하여
성령과 함께 할 때라야 밖으로 보이게 되느니...
너의 생각과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남이 너를 어떻게 보느냐가 판단과 평가의 객관성이리니,
님의 뜻을 힘써 행할지라~!
속세의 번잡함을 벗어나...데불고 와야했을 나를 돌아 봅니다.
풍경소리...
그 아래 나의 시간들이... 돋아나는 아기햇살로 다가옵니다.
벗어나 멀리멀리 달아나가려고만 했던 나의 부끄러운 날들로 하여
시방 난 눈물을 흘리고 섰습니다.
내가 흘려야만 하는 이 눈물의 의미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그땐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지금이라고 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지난 날을 돌아보니..회한 뿐입니다.
회한, 상처...이런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거 같습니다.
습관처럼 담배 한 대 피워물고...
낙수처럼 마음에 눈물이 흐르는데...
어머니...
아, 어머니~!
어머니는 그저 절 위해 두 손 모으실 뿐...
부끄러워 가리려 하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수야 없는 것.
세속의 온갖 더러움에 물든 내가 부끄러워^^;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저를 용서하소서!
주인처럼 살고 머무르며, 나그네처럼 지내다 떠나야 할 일상임을...
이렇게 묻히기를 꿈꾸었으나,
성과 속 어느 곳에도 정주하지 못한 이 몸...
주님,
이 죄인 불쌍히 여기시어..자비를 베푸소서!
제가 드리는 9일기도 지향들어
허락 하소서!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
좋은나무가 되도록 노력하며 산다는 다짐으로 피정을 마치고,
삶과 죽음, 성과 속의 경계를 또 넘었습니다.
새 하늘, 새 땅...새 날, 새 삶을 살아야겠지요...
T 평화와 선(善)...
이안 - 물고기 자리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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