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별별 이야기^^

여보세요 접니다.

-검은배- 2009. 12. 6. 23:45

 

1.

여보세요, 접니다. 당신의 오랜 친구이자 오랜 적수, 자주 당신을 부인

하는 당신의 사랑하는 친구, 당신의 복잡한 친구, 툭하면 화부터 내는

골치 아픈 친구, 한편으로는 당신을 사랑하면서 한편으로는 미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심한 당신의 친구, 바로 저올시다.

 

2,

오, 하느님. 저 지금 무지무지 화가 났습니다. 아무개 그놈, 개자식이라

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일로 걱정이 되어 머리는 뻐개질 것 같은데,

저에게 온 기회를 놓쳐버린 건 이번에도 분명합니다. 그걸 생각하면 정

말이지 낙심천만이올시다. 그렇지만, 이렇게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한

몸과 마음이지만, 그런대로 여기 십 분 동안 앉아있겠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아무것도 주고 싶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저도 알아요. 그래도

아무튼 십 분 동안 여기 이대로 머물러 있겠습니다.

 

                               해리 윌리암스

                            (Harry Williams,1919- )

 

 

(1960년대 캠브리지 삼위일체대학 학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치와 신학에 관한 급

진적 견해로 세상에 알려진 그는 1969년 학교를 떠나 수도승이 되었다. 대학에서

많은 청중을 불러 모았던 그의 설교들에는 하느님 앞에서 솔직하게 자기를 고백하

짧은 기도들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