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그렇습니다. 호사다마라고 해야 할까요, 아님 징크스?
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살자하며 상장례일을 시작한 이후 늘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내와 결혼하고 난 이후, 명절날이면 gas떨어지는 우리집처럼,
명절이나, 성탄절 또는 부활절이면 어김없이 공동체에 연도가 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초상이 나는 것을 천주교에서는 "연도가 났다"고 표현한답니다.
초상이 나면 천주교에서는 상가에 찾아가서 기도를 해 주는데, 그것을 연도라 하고,
그러기에 누가 돌아가시면 연도 났다고 말하는 것이랍니다.
오늘, 안개낀 성탄절날, 우리 성당 공동체에 어김없이 연도가 났습니다.
시메온이 죽었습니다.
몇 해전 그의 아내가 가정불화를 못 이겨 가출을 했고,
술로 세월을 보내며 살던 그가 죽은 것입니다.
술에 취해서, 집에서 죽었는데, 부검결과 동사(얼어죽음)로 판명이 났습니다.
함께사는 고2 아들이 학교에서 2박3일 수련회를 다녀왔고, 집에 와 보니 아비가 죽어 있더란 이야기인데,
정확히 언제 죽었는지도 알 수가 없고, 다만 술에 만취한 시메온이 보일러도 못켜고 잠이 들었던 것인데
추운 날씨에 그만 얼어 죽은 것입니다.
청주의료원에 빈소를 만들었습니다.
성탄 축제가 끝나고 신부님께 말씀을 드렸고,
천주교식으로 유족의 의견을 존중하여 최대한 장레에 협조해 줄 것을 신부님께선 우리에게 당부하셨습니다.
물론 아내가 가출하기 훨씬 전부터 성당엔 발걸음도 않던 사람이지만,
사람자 붙은 인사 중에 죽은 사람이 가장 불쌍한 사람인지라...
원래 장애(시각장애)있는 시메온에겐 주벽이라는 또 하나의 핸디가 있었습니다.
용접일을 하는 그를 우리집에서 한 번 일을 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간단히 무엇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물론 내가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일거리가 없어 빈둥대며 술만 푸는 그에게
그냥 도와 주긴 그렇고 해서 일을 맞겼던 건데, 도무지 비뚤빼뚤 마음에 하나도 안들게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센터도, 높낮이도 안 맞긴 했어도 용접면만은 그런대로 아주 매끈하고...용접 솜씨는 나름,좋았습니다.
술에 취한 그가 탐탁찮아하는 내 눈치를 채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릴 털어 내었습니다.
어릴적 한 쪽 눈을 잃어서 의안(일명 개눈깔)을 했노라고...한쪽 눈만 가지고 일을 할려니, 수평도 수직도 잘 안 맞는게
당연한 것이었지요...그리곤 술에 취해 우리집 원두막에서 그가 잠을 잤는데,
한쪽눈만 감고 자는 것이었습니다. 의안은 감기지가 않아서 눈을 뜬채로 잔 것인데 잠든 그의 얼굴이 참
기묘하게 보였던 기억.
시메온에게는 가출한 아내와의 사이에 남매가 있는데, 맏이인 딸은, 정신지체장애인이라서 지금은 시설에 있습니다.
혼자선 자기 달거리 뒤처리도 못하는 말만한 딸아이를 홀아비가 데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나에게 상의를 해 왔고, 내가 주선하여 시설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아인 아비가 죽은 것도 모르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저러한 연유로 시메온은 중증 알콜릭환자가 되었던 셈인거지요.
오후 8시에 신부님을 모시고 의료원 영안실에 가서 사도예절(장례미사가 여의치 않아 고별의식을 대체하는 것)을
하였습니다. 내일 아침엔 출관예절을 주관해 주고, 장지수행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돌아 오는데, 눈이 내렸습니다.
심란한 마음입니다.
살고 죽는 것에 대해 초연한 나지만, 인간의 죽음은 늘 숙연하게 합니다.
마음이 아프기도 하구요.
이제 마흔 일곱인 시메온의 죽음을 대하며 드는 생각하나.
사람은 죽을 때, 잘 죽어야한다는 것, 잘못 죽으면 쪽팔리잖어?
그리고 이젠
명절이나 축제 기간에 꼭 연도가 나는 공동체의 징크스도 이번이 마지막 이었으면.
(나도 연휴엔 편히 쉬고 싶거든요^^ 솔직히요..)
아무튼 주님,
당신의 기쁜 성탄일에(사실 마굿간에서 태어나신..주님께도 고난에 찬 생의 시작이셨겠지만)
주님 자비에 시메온을 맡기오니...
그가 평안케하소서!
2009.12,26, 00:24 - 검은배 -
It's A Heartache / 보니 타일러(Bonnie Ty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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