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가 되었고
벌써 이틀이 지나고 있습니다.
오전에 공소(公所) 총회를 하고 함께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형제들이 집에 와서 함께 하고(과메기를 먹고 삼겹살을 굽고...먹고 마시고 등등)
그리고
다들 떠난 뒤에 하릴없이 고향산하를 거닐었습니다.
빈들판에 검은배가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몰락해가는 반가의 기둥뿌리마냥 작고 초라해져가는 검은배를 디카에 담아 보았어요^^
당진 상주간 고속도로가 고향 들판을 둘로 나누고
저수지 둑방처럼 시야를 가리고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답답하고 작아지는 유년의 기억들을 더욱 갑갑하게 하면서...
늘 바라보던 정경이지만 오늘 따라 더 먹먹하네요...
이렇듯 고쿠락 속처럼 갑갑하게 느껴지는 고향을,
어린날의 검은배는 늘 떠나기를 꿈꾸곤 했었지요.
그러나, 아직 나는 검은배를 지키며 모지리로 살고 있습니다.
선산을 지키는 굽은 나무처럼요^^ ㅎ
또 하루가 가고 있습니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태양이 다른게 아니고 보면
산다는 게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태초에 검은바위가 있었고,
그 그늘아래 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나도 그 바위에 끼이고 자라는
푸르다 푸르다 누르께하게 말라가는 이끼 중 하나일테지요.
높은 곳에 올라 석양을 담아볼까 했으나 짧은 겨울해는
고속도로 건설로 토막 난 앞 산에 걸렸습니다.
벌써...까짓 어떻습니까?
내일은 또 다시 또 다른 희망으로 태양은 뜰 것이고,
아무때고 산에 올라 다시 담으면 그만이지...
행복요?
나는 늘 내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는 늘, 그리고 지금 행복합니다.
내가 늘 행복하기를 바라듯,
당신도 역시 항상 행복하기를 나는 바래요.
늘 기쁘고 행복한 일들만 당신에게 가득 풍성하기를 바래요.
진정으로 말이에요^^
2010, 01, 02. - 검은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