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새해의 첫날이다.
설이라는 말은 ‘낯설다’의 ‘설’이라는 어근과 연관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에 대한 낯설음이다.
그래서 한자로 신일(愼日)이라 했다.
‘삼가 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이날은 단정한 몸가짐으로 어른들께 세배하러 다녔고,
조상들께는 차례를 모셨다.
신앙인 또한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한다.
각 성당마다 합동위령미사가 봉헌된다.
오늘의 삶을 먼저가신 조상님들의 음덕(陰德)으로 여기며
그들을 기억하고,
공경의 예를 다하는 날이며,
노소동락으로 식구(食口)들의 일체와 단합을 이루는 날이다.
고향을 찾는 의미 또한 지나칠 수 없다 하겠다.
뭔가 잘못을 저질렀거나, 좌절하여 무너져 내릴 때 고향은
어머니 품처럼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용서해 주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어린시절 난 고향을 부끄럽고,
옹색한 것쯤으로 여겼었다.
어서 자라서 이 고쿠락 속 같은 고향을 떠나는, 그런 꿈을 꾸곤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고향을 떠났을 때,
곧 입대하여 고향을 떠났을 때, 그러나 난 늘 고향을 그리워하곤 했었다. 휴가를 얻어 고향집에 돌아올 때,
고속버스에서 보이는 강서의 플라타나스 가로수길을 보면 마음은 벌써 집에 도착한듯,
안온(安溫)함을 느끼곤 했었다.
고향을 지키며 사는 쉬흔 하나의 첫날인 내일부터는, 삼가고 근신할 일들이 몇 가지 있다.
마침, 이번 수요일이 재의 수요일이고 사순절의 시작이다. 나를 위해, 그대를 위해...시작해야 할 몇 가지....
어머니를 병원에 뫼셔두고 돌아와 맞이하는 섣달 그믐밤이... 서럽다. 슬프다.
존 덴버의 노래를 들으며...갑자기 서럽단 생각이 밀려 든다.
어머니께서 건강을 회복하실 수 있다면...
지나간 일들이 새록 떠올라 콧날 시큰해진다. 눈이 아파온다.
밤은 깊어가건만...상념 또한 깊고 어두울지라~!
살고 죽음...마음이 편칠 않다.
John DenverTake me home country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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