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아직은 이름을 지어 붙이지 않았으니 그냥 강아지입니다.
보통 강아지가 아니고 그래도 나름 뼈대있는 혈통을 간직한 진돗개 순종입니다.
마당에서 혼자 하루를 보내기가 심심해선지 어제는 학교에 가는 둘째를 따라 나서
아침부터 한 바탕 소란을 피웠습니다.
아이가 스쿨버스를 타려면 큰 길을 건너 들판을 지나 300미터는 떨어진 고속도로 밑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가는데, 어제 아침 녀석이 졸졸~ 따라 붙었던 모양입니다.
집에 가라고, 쫒아도 막무가내로 날 잡아잡수~ 하면서 말이죠.
아들이 개 때문에 내게 전화를 했던 모양인데, 진동에 놓고 있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고,
녀석은 강아지를 그냥 놔두고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며 연속으로 문자를 보냈더라구요.
"아빠 강아지 지금 막 차도 계속와요 묶어놓든지 진짜 어떻게 좀 해 주세요 ㅠㅠ"
"제가 버스기다려서 다시 집에 데려갈 수도 없고...ㅠㅠ"
둘째의 딜레마가 느껴졌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버스정류소로 달려 갔습니다.
아들의 학교버스는 지나간듯 했습니다. 저 멀리 강아지가 보였습니다.
둘째 말대로 출근을 서두르는 차들이 씽씽 내닫는 차도에서...이 녀석은 겁도 없이 윗 동네를 향해
짧은 다리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녀석을 불러 세워야 하는데...이런 덴장~! 이름이 없네?
숨이 턱에 차고, 눈물 찔끔 흘리며 달려 녀석에게 얼추 다다랐을 때, 나를 보고 녀석이 달려 왔습니다.
따라 나섰던 아들이 버스를 타고 떠나자 녀석도 순간 황당했을 것입니다.
녀석은 내 뒤를 다시 졸졸 따라 왔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어제처럼 이제 아내를 졸졸 따라 갈 것이기에 눈물을 머금고 낮동안은 묶어 두기로 했습니다.
저녁에 둘째에게서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강아지 어떻게 됬어요?" 아들은, 아마도 하루종일 강아지 생각만 한 듯합니다.
퇴근하자마자 녀석에게 자유를 주었습니다.
어둠이 내리자 녀석은 어슬렁거리며 현관 위로 올라왔습니다.
사람과 가까이, 최대한 가까이 있고 싶어하는 강아지를 보며
아침의 소동을 잠시 잊었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는 반려자로서의 자신을 각인시키기에는 아침의 소동은 충분했습니다.
둘째가 학교에 갈 시간이 다가옵니다.
나는 다시 마당에 나가, 녀석을 묶어두어야 합니다.
아무도 없는 빈 마당에서 녀석은 지루하게 가족을 기다리다가
저녁이 되어 가족들이 하나 둘 귀가를 하고
누군가 묶였던 끈을 풀어주면...뒤집어 지겠죠 녀석은?
Will Survive - Billie Jo Sp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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