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증평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어릴적 일들 때문이다.
증평 성당 옆에 미국 메리놀회에서 운영하는
병원(메리놀 병원:일명 수녀병원)이 있었음이다.
어린시절의 추억이 늘 그렇듯이,
썩 유쾌한 기억들 만은 아닌듯하다.
의료혜택이 전무하던 그 시절,
간단하나, 위급한 일(토사,곽란 등)이 닥치면 어머니들은
아이를 들쳐 업고, 원꼴 장의원 집으로 날듯이 뛰는 수밖엔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보다 더 위험한 상황 (독사에 물리거나, 음독을 했거나,
쇠죽을 끓이다가 불이나 김에 데었거나...등등)이면
천주교 신자든 아니든 급히 찾아가는 곳이 이곳,
증평 수녀 병원이었다.
그러고도 한참 뒤에 도립병원과
남궁병원, 석 냇과 등이 청주에 생겨났지만,
서민들에겐 여전히 증평 수녀병원만한 곳이 없었던 탓이다.
위생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던 터이고 보면
피부병 약이 특히 유명했었다.
미제라면 똥도 좋다하던 그시절..아무렴,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미제 약이었으니...
말해 무엇하랴...
아무튼, 그렇게 증평이란 곳을 알게 되었고,
알음알음 인생에서의 기억이란게 생길 즈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증평 성당과 수녀 병원에 갔었던 기억이 있다.
청주역(수동 주성 중학교 쯤에 있었다.)에서 열차를 타고,
꽤 오랫동안 달려서 증평에 도착했던 것 같다.
무슨 일로 갔던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 할머니 수녀님과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셨고,
나는 병원 앞,
드넓은 성당 마당에서 뛰어 놀며,
아버지를 기다렸었던 기억.
중학교 1학년 음악 시간에 그 증평이란 말마디를 다시 만났다.
화성체계를 설명하시던 선생님으로 하여...
코흘리개, 까까머리 중학생들에게 증3도, 단3도,장3도며,
완전3도 하는 화성체계를 어떻게 하면 쉽게가르칠까?
고심한 결과물 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화성체계와 증평이란 지명을
동시에 머리에 새겼나니,
" 증평 장날에 단감을 먹었더니, 완전히 익었더라~!!"
그 증평에 지금 내가 있다.
-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조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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