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그남자...

-검은배- 2006. 3. 14. 16:47

2층으로 올라가는

좁고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며

그 남자는

오늘따라 삶이 힘겨웁단 생각을 했습니다.

허허롭다고나 할까요...

 

양손에

240권씩 묶인 책 묶음을 들고

힘겹게 사무실에 들어와,

문을 열고

온통 냉기로 가득한 사무실에

난방을 위해 전기코드를 꼽고

가스 히터를 점화하며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3월의

도가 지나친 미친 바람과 눈보라가 지나간

하늘가에 화사한 햇살이 비추이고,

봄눈녹듯이란 말처럼

녹아내리는 대숲의 낙수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눈물...

콧날이 시큰함을 느꼈습니다.

친구같이 지내던 형의 돌연사...

젊은 미망인과 어린 아이들의 모습에서

스무 여나믄 해 전의 울 엄마와 우리 형제들의

지난날을 보았습니다.

아비의 죽음...그 의미도 모른채

해맑게 문상객들에게 인사하고

저 혼자만의 놀이에 빠진 막내 딸...

 

저 어린것이 눈에 밟혀서라도

형은 어떻게 눈을 감을 수 있을가요?

입관전..

아비의 얼굴을 한 번 보라했지만

싫다하는 어린 상주의 도리질로하여

가슴 무너져 내린 오늘...

 

내가 왜 이 봉사를 자원했던가...

후회스러워지기도 하였습니다.

 

 

밤고개,

사무실 서쪽 창가에

햇살이 부서집니다...

사는 일이,

오늘처럼 허허롭게 느껴지는 날엔

 

왜,

그가 보고싶어 지는 걸까요?

 

 

미칠듯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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