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숨바꼭질하듯 갑니다.
구름에 달 가듯이^^
한숨지며 바라보던 누군가의 저 달은
동짓달 보름이 지나고 섣달을 향함에,
문풍지 떨리는 새벽까지,
그렇게 달은 구름사이로
흘러 가겠지요?
어린시절, 과식을 하거나,
아니면 밤참 먹는 걸 즐겨하던 아이는
늦은 저녁, 아니면
새벽에 꼭 칙간엘 가야 했던 기억입니다.
다른 계절은 기억이 없는데,
동지 섣달 기나긴 밤엔 꼭 그랬던 기억입니다.
그시절 화장실 이란게 지금관 달라서
주거 공간에서 좀 멀었었지요.
그런때면 형제나 자매와 꼭 동행을 해야 했지요.
늘 마음 착한 누나가 일보는 아이 때문에
추운데 고생을 해야했습니다.
누이에게는 참,
대단히 고역스런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설까요?
어느 해인가 어머니께서
묘안을 제시하셨지요.
그 묘방이란 다름아닌,
집에서 기르는 닭에게 절을 하며
소원을 빌면 밤에 변소가는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동지섣달 눈으로 꽁꽁 언 마당에서
누나와 아이는
횃대 위에 서서 잠든 닭에게 절을 했습니다.
예의, 그 주문을 외면서 말입니다.
"닭이나 밤똥 눟지, 사람도 밤똥 누냐~~!!"
닭이 "꼬꼬꼬~!!!" 대답을 해야 효험이 있다하여
오랫동안 절을 해야 했습니다.
손바닥과 무릎이 무지 시렸던 기억입니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누나는 가끔 그때 일을
들춰 내고는 하지요.
그래도 아이는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밤참 야식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고,
달빛을 받으며 밤중에 화장실을 자주 다녀야 했습니다.
이후로도 오랫동안...
닭의 영험이 내리지 않았던 탓이었던지...
시린 엉덩이 추스리고
화장실 문을 나서면
시리도록 별은 쏟아져 내렸고
달빛은 푸르게 한기로 움츠린 가슴을
파고 들었지요.
어른이 된 후에도 아이는 야식을 먹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장실을 든든히 지켜주던 누나 대신,
마누라의 잔소리를 들으며 말입니다.
병입니다. 병~
아이는 아직도 밤 12시에 먹는 라면 맛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생각하니까요.
달이 참 밝습니다.
마당에 내려 서서 한참을 달을 보다가
스며드는 한기처럼
어린 시절을 추억했습니다.
그때처럼 달은 예뻤구요,
모처럼 하늘 가득 잔별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모처럼 추억으로 행복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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