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남수원 보^^*
(우리 유년의 추억이 서린 남수원 보는 2007년 11원 24일 오전에 해체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또 하나의 유년의 기억이 사라졌습니다.
아침에, 문의에 볼 일이 있어 다녀 오다가 목도한 광경입니다. 북새가 가득차여, 보 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한 까닭에 필시 헐어버리는 것일테지만, 그리하여 방해 받지 않고 시원한 물 흐름이 복원되고, 잃어버렸던 자연을 되찾는다는... 긍정적 측면 보다도 서운한 감정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옵니다. 굴삭기로 마무리 작업을 하는 남수원 보의 최후를 비감하며 바라 보았습니다.
농사짓기에, 하늘만 바라보던 시절, 이곳에 보를 막아 남계에서 화당 일부와 방죽골에 이르는 논들에 용수를 공급하던 것이 돌꽝이 확장되며 석재 채취를 위해 물을 빼고 방치하면서 쇠락하여 갔고, 오늘 마침내 해체의 비운을 피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동암이, 국사봉에서 발원한 시냇물 하나와... 무사골, 삼봉에서 기원한 도랑물이 양지말을 지나며 문의면 남계리와 남이면 문동리의 경계를 가르며 흘러오고, 안말에서, 승정골에서, 색시골에서... 너멍골에서 한 줄기 씩을 더 보탠 물은 망태골 도랑물이 더해져, 검배 앞 굴량, 세골 모딩이에서 하나의 냇물이 되어 흐르다가, 상짓말, 무중골에서 흘러 내린 실개천이 합수되어 마침내 하나의 내를 이루고... 흐르다...흐르다... 남수원 절 아래 육중한 보에 걸려, 잠시 머물며 흐름에 여유를 찾아... 맴돌며 머무르니, 남수원 보...입니다.
내 인생 첫 다이빙을 배웠고, 개 헤엄에서 탈출하였으며, 자맥질을 익히고, 수중 물구나무(후세수칭, 씽크로나이즈드 스위밍)를 터득하였나니, 전경시절 해수욕장 구조대로 경포대를 주름잡는 토대 된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추억의 남수원 보... 유년의 훌륭한 풀장이자, 한 여름 하교길의 오아시스 였으며, 코흘리게 동무들에겐 훌륭한 목욕탕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어린 날 한순이 자매와 태선이의 황홀한(?) 올 누드를 보았고, 줄 맞춰 열 맞춰... 선생님과, 동무들과 때 닦으러 가고,
노현이 엉덩이에서 풍선처럼 부푼 거머리를 떼어 주었으며, 맥주병 현수를 물 먹이던... 아련한 기억...기억들... 어제런듯 스치는 기억들...추억들...
장마통에 물꼬 보러 나섰던 동암이 성호네 마름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다가 수문에 걸친 채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하였고, 태희 동생, 수희가 집 앞에서 실수로 책가방을 떠내려 보냈을 때도 물에 팅팅 불은 가방을 예서 건져냈었지... 원핑(원평)씨 동생 수핑이가 거기다 오리를 풀어 길렀는데, 준희가 돌팔매질을 해서 ... 뒈지게 얻어 터지기도했고...ㅎㅎ
도시락을 남겨 밥풀떼기 미끼로, 옷핀으로 만든 낚시로 송사리, 중태기를 낚기도 했지...
오늘 그 남수원 보가 사라졌습니다...
허무한 결말로... 첫사랑이 떠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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