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별별 이야기^^

믿음으로 물들어 가는 시간

-검은배- 2009. 10. 14. 19:31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이 퉁퉁 부어있습니다.
새벽녘 귓가를 엥엥 거리며 날고 있는 모기를 잡으려
푸덕거리느라고 잠을 설친 탓인가 봅니다.

주말에 비가 오더니 단풍잎이 더 곱게 물들었기에
가을 단풍 냄새 들어오라고 창문을 열어 두었더랬습니다.
바람도 좋고 그 바람을 타고 낙엽냄새도 들어오고
어디쯤 피어있을 국화꽃 향기도 들어옵니다.
그런데 가을 향기를 쫓아서 추워진 날씨에 방황하던
모기가 한 마리 따라 들어왔나 봅니다.

가을 모기는 좀 둔한 편인데
어젯밤 저를 찾은 모기는 어찌나 민첩한지
불을 켜면 냉큼 숨어 버려 눈을 부릅뜨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고
다시 불을 끄고 누우면 엥엥 거리며 여기 저기 물어댑니다.
정말 오랜 사투 끝에 모기를 잡고 나서 잠을 자려니
철지난 뜬금없는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어느 부대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여름밤 취침 준비를 끝내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는데
병장이 이등병에게 모기향을 뿌리라고 시킵니다.
불이 꺼진 상황에서 이등병은 더듬더듬 모기향을 찾았고
냉큼 뿌리지 않는 그를 향해 병장의 고함이 쏟아집니다.
그러자 갈등하던 이등병은 어둠 속에서 벌떡 일어나 움직이며
입으로 치~익, 치~익 소리를 내면서 모기향 뿌리는 흉내를 냈답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것은 누워서 모기향 뿌리는 소리를 듣던 병장이
‘야, 그만 뿌려. 냄새가 너무 독하잖아.’ 하더랍니다.

이 이야기가 생각날 때마다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정말 의심 없는 믿음 덕분에 어쩌면 병장은 모기향내까지 맡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의심을 버리고 그저 믿기만 하여라 하시던 주님의 말씀이
다시금 마음에 새겨지는 날입니다.

모기와 사투(?)를 벌이며 기억해낸 배움이
묵주알을 돌리는 순간마다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청하는 자의 마음을 헤아리시는 성모님께서
그 모든 것 예수님께 청하여 주시리라 믿으며
한 알 한 알이 의심 없는 단순한 믿음의 표현이길 바랍니다.

               -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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