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별별 이야기^^

하늘을 보다가...

-검은배- 2009. 10. 7. 22:15

 

 

 

가을하늘을 보다가 파워트랜스(변압기)에 얼키고 설킨 연실처럼 어지러이 늘어진 전선줄을 보았다네.

전기, 전기라? 왼쪽 어깨에 '조국근대화의기수'라고 견장(肩裝)을 달고 세상 쓴맛을 알음알음 배워가던 고교시절, 뻰치, 니퍼, 롱노우즈 플라이어.. 메거, 테스터..등등(etc)...

손에 든 연장과 각종 계측기를 익히고, 옴의 법칙, 키르히 호프의 법칙, 플레밍의 왼 손, 오른 손 법칙을 익히면서 부터 힘(F), 자장(B), 전류(I)의 방향은 구분할 줄 알았으나 정작 내 앞날은 예측도 가늠도 못하고, 내 인생도 저렇듯 엉킨 전선처럼 그렇게 꼬여가고 있었다. 내게 주어진 유형의 날개를 3년 장학금이라는 현실의 빵과 바꾸는 거래를 하는데는 조금의 망설임도 주저도 없었다. 대성 중학교 3학년 7반 영규는...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고, 때론 조지고 가지고 놀거란 사실은 미처 알지도, 알 수도 없었다.

 

그럼, 그 끝을 보았는가?

 

그렇지도 못했다. 일벌로 살아가며 하루하루 여왕벌을 살피고 애벌레들을 키우는 동안 내 밥줄이던 전기는 전율하는 따가움으로 내 가슴을 후벼파고 실직의 아픈 상처를 내게 이별의 징표라며 선물로 건네 주었었지...ㅎ그나마 시나브로 컬렉션 해 둔 알량한 자격증 두어개를 전업사에 걸어 두고 실직기간동안 4대 보험을 해결하고 담뱃값이라도 보태었었다. 공장의 전기실에서, 백화점 지하 4층 변전실에서, 병원 반지하 전기실에서 시설관리 파트일을 보며 진급을 위해 1년동안 영어학원을 다니며 토익시험을 준비하고, 입사 동기생 중에서 대학출신들과 나란히 중간관리자로 과장으로 진급을 하느라 졸라 열심히, 부지런히 고생했는데, 그 이른 진급으로 인하여 먼저 구조조정(난 구조를 조정당할 아무런 사유도 없는데..사실)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잘리는 아픔도 일찍 맛보아야 했다. 말 그대로 마흔 다섯에 사오정이 된 것이다.

 

그참에 전기는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교회일 하는 틈틈이 궤도 수정을 준비하였었다.

어디 자그마한 암자 한 칸 차지하고 사기라도 쳐 먹었다면, 언변과 음성과, 잘 돌아가는 잔대가리로 돈도 많이 벌고 지금쯤, "사기치는 게 제일 쉬웠어요^^" 정도의 책 한 권은 내었을 터인데...ㅎㅎ

 

전기쟁이..

가끔은 그리운 말마디.

 

시치미 떼어내듯 그렇게 잊으려 도리질해도 내 인생을 무겁게 부딪히던 말... 공고 나온 애!

나이 50이 된 지금, 업종 전환 연후에도 30년 전 학력으로 나를 재단하는 이 새우 같은 나라!

 

희망없는 세대!

난 이 나라와 이 세대에 희망이 없다.

물론 구원에 대한 희망은 확고하지만, 어쩌면 현세질서를 개선하고자 하던 의지와 정열이 식어버렸단 표현이 더 적당한 것인진 모르지만, 아무튼 희망없음!

 

 


 

    묻어버린 아픔(경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