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삽질반대 천주교 주교단 성명 - 전문 -
1960년대 이후 이 나라 정부는 단기간의 경제개발 효과를 얻어내기 위하여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겨냥하며 적극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였고, 1973년에는 낙태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도입하였습니다. 사실상 어머니 뱃속의 아기 생명에 대한 무차별적인 제거 수술을 허용한 것입니다. 그 이후 가톨릭교회는 거의 해마다 이런 반생명적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하여 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아동이 급감하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이 나라의 발전은 말할 나위도 없고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습니다. 생명이 사라지면서 어둔 죽음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 사람들 중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죽음의 어둠에 억눌리고 악몽에 시달리던 의료인들이 스스로의 과오를 고백하며 많은 저항과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더 이상 죽음의 문화를 확산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로 용기 있게 호소하고 나선 것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주고 새로운 희망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반생명적인 문화가 무겁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 사회가 참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가장 약하고 스스로 방어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어머니 뱃속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든지 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 아래에서 국민 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 바이다.’ (1985. 6. 11, 84도, 33권 2집, 협497<500>) 라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생명을 발전의 수단으로 삼고 파괴하는 행위는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똑같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연 생명이 파괴되면 그 자연을 호흡하고 섭취하며 살아가는 인간 생명도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춘계 총회에 모인 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 실무진의 설명을 들어보았지만,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인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하여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의 폐해가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지워질 때, 이 시대의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회칙 ‘진리안의 사랑’에서 “환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주신 선물로서, 이를 사용하는 우리는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와 인류 전체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 자연환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원료 이상으로 소중한 창조주의 놀라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연에는 그것을 무분별하게 착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기준을 알려주는 ‘공식’이 담겨 있습니다.”(48항) 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께서 몇 만 년을 두고 가꾸어 오신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성찰과 회개를 촉구하며, 정부 당국자들과 국민 모두가 우리 자신과 미래의 세대에게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일찍부터 우리에게 가르치셨습니다.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놓는다. ....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후손이 잘 되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 (신명 30, 15.19)
2010년 3월 12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지난 3월 11일 입적하신 법정 스님은
수필집‘무소유’ 라는 책을 저술하였을 뿐 아니라
일생을 청빈한 무소유, 단순하고 간소한 삶을 살았습니다.
법정 스님은 수필집에서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라고 하셨고,
“단순하고 간소하게 사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삶이고,
우리의 삶마저도 ‘소유’ 가 아니라
그저 순간순간의 ‘있음’ 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라” 고 설파하였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필요와 불필요의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먹고 옷 입고 학교에 다니고 때로는 병원에도 가야하고,
차도 타야하는 등 살다보면 필요한 것이 참 많습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이 필요한 것을 마련해야 하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버려야 할 불필요한 것보다는
필요한 것이 더 많아 부족을 느끼는가 하면,
불필요한 것들이 많다고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필요의 정도에 따라 다양하고 상대적인 삶이 존재할 수 있지만
법정 스님이 설파한 ‘무소유의 삶’ 은 분명 큰 깨우침을 주었다고 하겠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편리해졌다지만 영혼과 정신이 물질에 종속되고
오히려 삶이 물질에 얽매이는 것을 느낄때마다
더욱 무소유의 가르침은 소중해질 것입니다.
홍 성학 - 자기발견 노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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