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소래포구에서..

-검은배- 2010. 5. 25. 00:09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맞이하는 첫 생신이라서

형제들이 다 모였습니다.

1박2일을 형제들과 함께 지내며, 위령미사를 함께하고,

음식을 나누고, 정을 다지고,

함께 산나물을 뜯고... 그렇게 3일의 연휴가 끝났습니다.

 

모두들 떠나고,

인천 사시는 큰 누님께서 오늘 가시기로 하였었는데,

건강이 안 좋으신 큰 누님 때문에 조퇴를 하고

인천까지 직접 모시고 올라 갔습니다.

비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인천에서,

연안부두를 갈까 하다가 누님댁에서 가까운 소래포구엘 들렸습니다.

아이들 좋아하는 커다란 꽃게를 사고,

간장게장 만들기 위해 좀 자잘한 게도 한 박스 사고...

매운탕용 해물도 샀습니다.

 

비 내리는 소래 포구를 아내와 함께 거닐었습니다.

10여 년 만에 들른 소래포구..

말이 포구이지 연수동 사거리 진입로 부터 온통 상전벽해,

그 많던 염전들 자리엔 바다를 면한 한 쪽만 빼곤 온통 아파트가 들어 섰고,

협궤열차 사라진 철교 위엔 국적불명의 잡다구리한 조형물들이 어지럽습니다.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야곰야곰 먹어들어 오는 도시화의 망령과

무분별한 삽질의 흔적을

이 곳에서도 목도해야 합니다.

 

열어 보면,

입을 옷은 없고 추억만 가득 남은 장롱 속처럼

비오는 소래포구는..참, 먹먹했습니다.

 

젓갈 냄새와

비 냄새와 섞여 들어오는 아릿한 갯 내음과

여기가 바닷가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듯 이따금 갈매기 날고,

바다를 향해 기억에의 조사처럼.. 추억하며 담배불을 붙여봅니다.

 

데불고 와야했을 추억을 묻으며...

쓸쓸한 마음을 두고 돌아 왔습니다.

비 내리는 소래포구... 그 좋았던 시절처럼,

소래포구엔 지금 그렇게

첫 사랑의 기억이 남아진 걸까요?

그저 한 때, 그저 사랑했던...아련한 기억처럼,

소래포구엔...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유키 구라모토 - Sonnet of F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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