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 거실에 앉아 땅콩을 깠습니다.
신문지를 펴고 비닐 봉다리 가득,
가을 햇볕에 말려 갈무리 해 둔 것을 수북히 쏟아 놓고
엄지와 검지로 눌러 껍질을 깨뜨리면
두 알의 탱글한 알맹이가 나오는 게 보기 좋아 한참을 까다보니
손가락이 얼얼했습니다.
마침 집에 돌아 온 아내가 프라이팬을 내 오더니
지리멸을 볶더라구요.
갓 깐 땅콩을 함께 넣고 달달 볶으니 이내 땅콩의 향이 가미 된 멸치 볶음 냄새가
집안 가득히 퍼져 왔습니다.
모처럼 군대 간 큰 아이를 제외한 온 가족이 저녁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늦은 밤, 달이 차 올랐습니다.
싸늘한 밤 공기를 맞으며
추위만큼이나 산득한 가슴으로 시리도록 밝은 별과 함께 나온 달을 보며
담배를 한 개피 피워 물었더랬습니다.
금연은 개뿔~!
자조를 섞어 한숨지며 말이에요^^*
년말과 연초의 분주함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보니
어느새 쉰 셋이 되어 있습니다.
50이 넘으면서부터는 자꾸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늙으막에는 서쪽하늘이 보이는 집에 살아야 한다고요...
황혼에 서쪽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며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제 자신의 삶의 그림자를 되새겨보라는 뜻일까요?
저녁노을이 그처럼 아름답듯이,
내 삶의 끝자락도 아름다웠으면 좋갰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하루가 내게 주어졌습니다.
오늘도 나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평화로이 이끌어 주십사~
청해 봅니다.
그리하여 오늘 저녁,
노을 지는 서쪽하늘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 지을 수 있기를!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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