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셀름 그륀 - [죽음 후에는 무엇이 오는가?]
죽음은 주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희망의 절정이라고 신앙 안에서 생각해 온 제게
죽음의 찰나가 다가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래 전 한 달 간의 긴 도서선교를 준비하고
영적으로 복음으로 완전 무장한 후,
그 여정을 떠나기 위해 자매들과 함께 수녀원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수녀원을 나선 지 20여 분이 지났을까?
타고 있던 차의 바퀴에서 조금 이상하다 싶은 느낌이 들더니
이내 차는 몇 개의 차선을 벗어나 정신없이 미끄러지고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았습니다.
갑작스런 그 찰나의 순간에 ‘아, 이제는 죽겠구나!’하는 생각과
선교를 가기 위해 고해성사를 보고 몸과 맘의 준비를 한 것을
떠 올리며 짧게 감사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시였지만, 이제 주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영적인 나의 상태를 돌아본 것입니다.
그렇게 제자리 돌기를 몇 차례 하더니 차는 그만 뒤집어져
논둑 바로 옆에 가까스로 걸쳐졌습니다.
차가 뒤집히는 그 순간 저는 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도 자궁에서 나오는 아기를 어떤 커다란 손이
받아 준 그런 따뜻함을 느끼며 살아있다는
생명의 신비를 체험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강을 건너는 때,
그 때가 바로 제가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생명과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더 이상 타인의 것이 아닌 나의 현실이 된 것입니다.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보다 깊은 갈망을 가지고 있는 제게
안셀름 그륀의 책, [죽음 후에는 무엇이 오는가?]는
죽음의 더 깊은 차원을 보게 해줍니다.
죽음을 우리 삶에 통합시키는 일, 그리고 죽음이 우리 삶의 끝이 아니라,
하느님께 다다르는 삶의 목적으로 보게 하는 저자의 죽음에 대한 글
하나하나에서 그리스도인으로의 죽음과 부활의 신앙이 잘 드러납니다.
저자는 우리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는
죽음 후에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생각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죽음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우리는
공포에 떨기도 하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종교가 우리에게 주는 희망일 것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을 다독여 주는 말은
죽음이 우리의 영원한 안식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고 하듯이,
인간은 비로소 죽음에서 궁극적 안식을 누릴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집니다.
11월 위령 성월을 맞아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지닌
나약한 우리에게 저자는 죽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 것을 권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바라고 확신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이 하느님의 안식으로 인도하는 작은 걸음을
시작하도록 해 줄 것입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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