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에서 차를 몰고 충민사에 갔습니다. 기도하며 거닐고 싶었습니다.
아내와 만나고 결혼을 결심하고, 그 사실을 통보(?) 하러 처음 지금의 처가에 왔을 때,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와 본 곳입니다.
그땐, 강 이쪽에서 충민사까지 삼 밧줄이 이어져 드리웠고, 나룻배를 타고 건널 수 있었습니다.
배 위에 올라 밧줄을 주욱 당기면 나룻배가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강 건너 충민사 경내를 거닐며 데이트를 했습니다.
겨울 충민사 앞 강엔 두터운 얼음이 얼어 있고, 이따금 얼음장에 금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립니다.
지금의 충민사는 이렇게 튼실한 다리를 건너서 갈 수 있습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면, 얼음이 맑아 그 아래 강바닥이 보이고, 흐르는 물속에 눈치떼가 유영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내와 나는 일곱살 차이가 납니다.
서른하나, 스물넷...그렇게 우린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통보하러 간 그날, 장인 어른께서 장모님께 하셨다는 말씀은 아직도 처가에선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애 쟤, 재취 가는 거 아닌가 알아 봐~! 유들유들한게 저놈 첫 결혼이 아닌거 같여~ "
그때나 지금이나 난 액면가로는 훨씬 나이가 들어보이고, 아내는 상대적으로 어려보이는 탓에...
얼음장 아래로 물 흐르듯, 봄은 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반 괴산 사람이 된 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나 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을 이루고 순절한 김시민 장군의 묘소와 사당이 충민사 입니다.
햇살은 따스한데...
강바람은 아직 겨울임을 상기시키듯..차갑습니다.
하늘이 맑고 드높은 게 마치도 가을날 같습니다.
겨울 강바람을 맞으며,
충민사에서 겨울의 끝을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