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별별 이야기^^

충민사(忠敏祠)에서..

-검은배- 2010. 2. 7. 21:27

 

 

처가에서 차를 몰고 충민사에 갔습니다. 기도하며 거닐고 싶었습니다.

아내와 만나고 결혼을 결심하고, 그 사실을 통보(?) 하러 처음 지금의 처가에 왔을 때,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와 본 곳입니다.

 

 

그땐, 강 이쪽에서 충민사까지 삼 밧줄이 이어져 드리웠고, 나룻배를 타고 건널 수 있었습니다.

배 위에 올라 밧줄을 주욱 당기면 나룻배가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강 건너 충민사 경내를 거닐며 데이트를 했습니다.

겨울 충민사 앞 강엔 두터운 얼음이 얼어 있고, 이따금 얼음장에 금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립니다.

 

 

지금의 충민사는 이렇게 튼실한 다리를 건너서 갈 수 있습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면, 얼음이 맑아 그 아래 강바닥이 보이고, 흐르는 물속에 눈치떼가 유영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내와 나는 일곱살 차이가 납니다.

서른하나, 스물넷...그렇게 우린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통보하러 간 그날, 장인 어른께서 장모님께 하셨다는 말씀은 아직도 처가에선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애 쟤, 재취 가는 거 아닌가 알아 봐~! 유들유들한게 저놈 첫 결혼이 아닌거 같여~ "

그때나 지금이나 난 액면가로는 훨씬 나이가 들어보이고, 아내는 상대적으로 어려보이는 탓에...

 

 

 

얼음장 아래로 물 흐르듯, 봄은 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반 괴산 사람이 된 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나 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을 이루고 순절한 김시민 장군의 묘소와 사당이 충민사 입니다.

 

 

 

 

 

햇살은 따스한데...

 

 

 

강바람은 아직 겨울임을 상기시키듯..차갑습니다.

 

 

하늘이 맑고 드높은 게 마치도 가을날 같습니다.

 

 

 

 

겨울 강바람을 맞으며,

충민사에서 겨울의 끝을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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