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쁨과 희망 -日常

까치설 아침에.

-검은배- 2010. 2. 13. 07:08



      설날에 댓돌 위에 신발이 늘어갈수록 신명나서 분주해진 어머니는 불혹을 넘긴 딸들 아랫목에 앉히고 준비하신 음식 내오기 바쁘시다 혼자 지내신 외로운 나날들 그동안 하고픈 말 어찌 참으셨는지 손주들 알아듣지 못하는 구수한 사투리로 지난 일들을 생중계 하신다 먼 친척 애경사며, 동네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 서울에 살고 있는 옆집 아무개 이야기까지 이어지는 대 서사시는 밤을 밝힌다 이 밤 지새우고 나면 댓돌 위에 신발들 모두 떠나고 한 켤레 빈 공간 넘나들며 기약 없는 날을 세고 계실 텐데 밤새 내린 눈은 어머니 마음 아는지 댓돌 위에 소복이 쌓여 서둘지 말고 떠나라 일러준다 -어느 작가노트에서 ...
      까치설날,
      새벽에 잠을 깨었습니다.
      창밖엔 싸르락 싸르락..눈이 쌓입니다.
      가로등 불빛아래
      눈 내리는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여러가지 상념에 머리 속이 복잡합니다.
      어젯밤,
      어머니께서 병자성사를 받으셨어요.
      그간 참 오래토록 잘도 견뎌 오셨는데,
      이제는 그 한계에 다다른듯 합니다.
      어젠 소변줄까지 다셨어요.
      나날이 기력이 빠져나가는 어머니를 보며
      병상 곁에서 기도를 하면서 잡아 본 어머니의 손은
      보닥불처럼 따스했습니다.
      함께 모시고 살면서,
      일상이 기쁘고 행복했지만
      늘 어머니껜 걱정거리였던 아들이었던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이 여정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바라고 있지만...
      가여운 우리 어머니는 이제
      아들의 손을 잡는 것조차 힘겹다 하시네요.
      까치설 아침입니다.
      눈물처럼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동터오는 여명을 가로등 불빛아래
      조용히 눈이 내립니다.
      까치설 아침에 - 검은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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