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안개 속에 흐르고 있습니다.
토요일이네요.
전기 일을 하는 친구를 도와 이틀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카풀을 하고 대소에 있는 P 식품 공장에 가서 플랜트 배선을 하는
소위 이야기하는 "노가다"를 했습니다.
무의미하게 무력하게 연휴를 보내느니, 친구도 돕고 용돈도 버는 일 -
안개 속에 새벽을 달려 도착한 공장에서
우주복으로 갈아 입고,
손을 씻고, 소독을 해야만 열리는 2, 3중의 문을 통과해야하는 참 번거롭고
까다로운 절차가 솔직히 적성에는 안 맞았습니다.
그러니 화장실 출입도 참 번거롭고, 여간 성가신게 아니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왔다..싶었습니다.)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이야 인이 박힌 일상이겠지만,
머리에 뒤집어 쓴 위생모자의 고무줄 때문에도 미간이 당기고,
저녁 무렵이면 두통이 생길정도...ㅎ
병원 시설과에 근무할 때, 수술실이나 집중치료실에 드나들 그때처럼...
플랙시블 배관을 하고
"어지기, 어자~!"
케이블을 끌고...예쁘게 타이를 매어 매조지하고 나면
배전반에 터미날을 물리고 콘넥션하는... 참 익숙하지만 왠지 낯이 선 작업들을 하면서
아~ 옛날이여~를 찾기도 했습니다.
식품공장을 신축하면서 케이블을 포설할 때,
행거식으로 전선고정틀을 만들어서 편하게 물청소도 하고 노출 시키면 여러가지로
이점이 있을거라~ 시공을 했다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전선덕트가 벌레들의 서식처가 되었고,
식품공정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되었답니다.
그리하여 모는 전선을 공중으로 덕트를 만들어 띄우고,
플랙시블 배관을 사용해서 모든 모터나 구동장치에 전선을 공중보급하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름하여 공중급유방식(?)
늘 그렇듯이 별 생각없이 앞선자들은 만드느라 돈 들이고,
다시 뜯어고치느라 돈 쓰는... 덕분에 나 역시 설 연휴 짭잘한 용돈벌이를
하고있긴 합니다만...
예전, 핏종발 깨나 있을 때..
부산 공동어시장이며 원주 우산동 삼양 유지사료공장, 서울 잠실의 라이프 아파트 현장에서
플랜트 배선을 하던, 춥고 많이 외롭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
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꼈습니다.
밤 10시가 되어, 공장 당직자에게서 시식용 두부를 한 판씩 얻어 가지고
귀가할 때,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너댓 군데의 구제역 방제초소를 지나며 차를 샤워시키고,
설날 하루를 쉬고, 꼬박 하루(밤 10시까지)를 더 일했습니다.
아직은 내 기술도 쓰임새가 있었습니다.
연휴 속에서 맞이하는 주말 새벽입니다.
아이들 데리고 목욕이나 다녀와야겠습니다.
명절에 무슨 무슨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무의미해 가는 일상,
산다는 건 분명 축복이고,
살아 있다는 그것 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저,
지금 여기에서...Staying Alive!!
Staying Alive
(1977) Bee Gees - Saturday Night F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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